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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정치권이 주장하는 개헌 어떻게 생각하나요

입력 2016-11-04 20:25:57 | 수정 2016-11-04 20:25:57 | 지면정보 2016-11-07 S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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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의혹 사건’으로 관심사에서 일시 밀렸지만 개헌 논의는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와 정치권이 수년째 개헌론을 제기해온 데다 대통령도 2017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정식으로 제안한 상황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국민의 과반수가 개헌하자는 쪽이다. 물론 어떤 개헌이냐, 즉 헌법의 무엇을 바꾸자는 것이냐로 가면 얘기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정치권의 관심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권력 구조를 바꾸자는 것에 집중된다. 하지만 사회 각계각층은 저마다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방법론에서도 야당들은 “대통령은 이번 개헌 논의에서 빠져라”고 주장하는 반면 청와대는 정부안에 개헌 문제를 연구할 특별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소위 ‘87년 체제’의 성과물인 현행 헌법은 정말로 우리 몸에 맞지 않는 법인가. 고친다면 어떠한 내용을 새로 담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개헌논의 자체가 또 하나의 갈등거리일 뿐이라는 반대도 만만찮다. 내년 대선도 변수다. 과연 지금 상황에서 개헌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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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5년단임 대통령제 폐해 커, 30년 된 ‘87년 체제’ 수명 다해”

개헌에 대해 계속 반대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기하면서 꺼낸 논리는 “30년 시행돼온 5년 단임 대통령제 헌급이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는 것이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 등이 담긴 소위 ‘87년체제’의 헌법이 수명을 다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때만 해도 군부독재의 장기집권 저지가 시대적 요구였기 때문에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이 최대의 바람이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런 점을 들어 국회를 중심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 맞다는 개헌론이 계속 이어져왔다.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소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은 국회에서 끊임없이 나왔고, 그때마다 개헌이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도 결국 단임제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그런 주장의 근거가 됐다. 대통령의 권한을 더 빼는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부통령으로 권한을 나누는 오스트리아 유형의 ‘이원집정제’, 미국식 ‘4년 중임제’ 등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돼온 배경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렇게 국가의 권력 구조만 한정해 수정하는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이 나왔으나 국회의원 임기와 맞추기에서 어려움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개헌론자들은 이제 우리사회의 미래에 맞는 헌법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국회의원만 보면 최대 80%가 개헌에 찬성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개헌론이 불거질 때면 일부 헌법학자를 위시해 각계에서 다양한 요구사항이 불거지는 것도 개헌에 찬성이 다수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치권의 희망대로 권력구조만 바꾸는 개헌으로 끝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

○ 반대

“개헌 말하지만 내용은 제각각, 제도 아닌 운용의 문제다”

수많은 개헌론이 사회 각계층에서 다양하게 나오지만 내용에 들어가면 백인백색이어서 하나의 헌법개정안 마련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개헌론 반대의 주된 이유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한정한다 해도 정치권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이런 판에 경제, 환경, 과학, 중소기업계, 지방자치, 농업, 문화체육, 장애 소외층 등 각 부문이 모두 ‘계급·계층이익’을 극대화하는 조항을 헌법에 담거나 기존 조항을 더 강화하자고 나설 것이 뻔한데 과연 누가 이를 조정하고 바로 잡을 것인가도 문제다. 개헌론은 늘상 국정의 모든 과제를 다 빨아들여버리는 하나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그래서 나왔다. 개헌론을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 이후 계속해 그 점을 강조하면서 우려해왔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권력구조에 대한 반성과 관련해서도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미국 프랑스의 대통령제와 일본 영국의 내각제에 그 어떤 우열관계도 없다는 것이 그 논거다. 한국처럼 정파적 이익에 따른 당파싸움이 일상화된 정치판에서 내각제가 운영될 경우 한 내각이 과연 얼마나 지속되겠느냐는 우려다. 국회의 발의든, 대통령의 제안이든 여러 과정을 거쳐 국민투표에 부쳐질 개헌안이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가능하겠느냐는 현실론도 반대의 근거가 된다. 더구나 내년도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개정된 내용을 어느 대통령 때부터 적용해야 하느냐도 간단하지가 않다. 개헌 지지파 중에서는 최근의 개헌론을 박 대통령이 제안했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대도 한다. 개헌은 해야겠지만 청와대와 행정부는 완전히 배제되는 국회 주도의 개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만만찮은 부작용 예상,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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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등 외형만 보면 개헌론이 더 압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국정현안을 다 삼켜버릴 개헌과정의 사회분열상을 우려하면서 침묵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특히 국회의 중진급이라는 다선(多選) 의원들의 권력나눠먹기에 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30년 전 ‘(관 주도 경제가 아니라) 민주적 경제’로 시작된 논의가 지금의 ‘경제민주화’의 근거로 바뀐 것으로 알려진 헌법 119조2항을 둘러싼 무수한 논쟁처럼 무리한 개헌에 따른 오류가 나오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지금과 같은 국회와 정당판의 풍토라면 어떤 훌륭한 제도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고 하지만 개헌 찬성론자조차도 지금 맞는 옷은 과연 어떤 것이냐에 이르면 제각각인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원포인트가 될지, 1987년 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2017년 체제가 될지 가늠키도 힘든 개헌방정식이 논의의 테이블에 오르게는 됐다.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해낼 것인가. 한국 사회의 역량을 평가받는 계기는 확실히 될 것 같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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