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털리 사이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존슨스페이스센터 고문은 3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최고경영자(CEO) 주재 회의에서 모두 CEO 의견에 동의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내털리 사이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존슨스페이스센터 고문은 3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최고경영자(CEO) 주재 회의에서 모두 CEO 의견에 동의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 연방정부의 대형 기관(19개) 중에서 직원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올해까지 6년째 1위다. 전문가들은 NASA만의 독특한 인사관리(HR)에 주목한다. 내털리 사이즈 NASA 존슨스페이스센터 고문은 “몰입, 포용, 혁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새로운 HR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100대 기업의 조직건강지수(OHI: organizational health index)를 측정한 결과 글로벌 최하위 수준”(강혜진 맥킨지서울 파트너)이라는 것이다.

◆조직 커질수록 외부 환경에 둔감해져

사이즈 고문은 3일 ‘무엇이 직원을 몰입하게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패널 토론에서 NASA의 ‘인재관리 비결’을 들려줬다. 그는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NASA의 ‘심장’으로 불리는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스페이스센터 내 인사관리 총괄책임자를 지냈다. 발표자로 나선 사이즈 고문은 “NASA도 조직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관료화의 위기를 겪었다”며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민간 우주부문의 성장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쟁을 두려워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NASA는 새로운 인사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2분 스피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만난 사람에게도 2분간 자신이 하는 일과 회사의 목표, 비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사이즈 고문은 “조직의 비전과 미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주인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용지수를 높이는 것도 핵심 요소로 꼽았다. 사이즈 고문은 ‘100% 동의의 함정’을 사례로 들었다. “최고경영자(CEO) 주재 회의에서 모두 CEO 의견에 동의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얼마나 개방적인가가 포용지수를 높이는 관건”이라며 “리더는 듣기 싫은 얘기라도 경청해야 하고, 팀원은 잘못된 방향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 새 흐름은 ‘G3’

사이즈 고문은 혁신을 유도하는 인사관리의 기법도 소개했다. 그는 “NASA에선 ‘혁신 데이(innovative day)’라는 게 있다”며 “공식 업무에서 벗어나 일종의 놀이처럼 중간관리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업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사가 나를 존중한다는 인식이 전제돼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NASA는 중간관리자의 훈련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덧붙였다.

강혜진 파트너는 “최고인사책임자(CHRO)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사례를 들었다. “CEO의 바로 옆방에 인사총괄책임자 방이 있더라”는 얘기다. 그는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끄는 ‘G2’에서 CHRO를 추가한 ‘G3’가 미국 경영의 최근 경향”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인재관리에선 후진국이라는 점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강 파트너는 “한국 100대 기업의 OHI 평균을 내보니 최하위 25%에 속했다”며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으로 내려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비효율적인 야근 문화도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았다. 강 파트너는 “대리급은 평균적으로 하루 10시간58분을 일하고 야근도 1주일에 2.3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는 비생산적인 미팅 등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39%에 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야근 금지령을 내려선 소용이 없다”며 “상사의 업무지시가 명확히 전달되는지, 직원이 질문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아닌지 등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재연/이상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