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전경. / 한경 DB
서강대 전경.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간결한 선언문에는 대통령 퇴진, 철저한 수사, 정치권 혁신, 지식인 집단 자성 등의 요구가 차례로 담겼다.

손호철(정치외교학)·이덕환(화학)·조장옥(경제학) 교수 등 100명이 참여한 서강대 교수단은 지난 2일 시국선언에서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나라가 이번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서두를 뗐다. “정치 지도력은 실종된 채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기를 문란케 했다”고 진단했다.

서강대 교수들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은 비단 최순실 게이트뿐 아니라 현 시국에 대해 모든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면서 “국기문란에 대해 정치적으로 단죄를 받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응당한 법적 책임 또한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역 없는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교수들은 “검찰과 법원은 범법자들을 예외 없이 수사해 전모를 밝혀내고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면 총체적인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을 향해선 구습 척결의 정치문화 혁신을 주문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생활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개인과 파당의 이익을 우선시해 용두사미로 미봉적 야합을 꾀한다면 국가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업을 또다시 쌓게 되며,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책임을 통감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곡학아세 하거나 이를 방조·묵인, 또는 공허한 비판으로 자족해 온 전문가·지식인 집단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각성하고 자기쇄신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학 학생들은 지난달 26일 일찌감치 시국선언을 통해 박 대통령을 거론하며 “선배님은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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