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일 춘추관에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일부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일 춘추관에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일부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전격 발표한 개각이 야3당을 포함해 여권 일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정국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이로 인한 충격은 고스란히 경제에 집중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0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50원을 넘어서는 등 여파가 시장으로 바로 퍼졌다. 재계와 경제계에선 “청와대발(發)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정국 소용돌이에 경제 ‘올스톱’

전직 장관을 지낸 한 경제관료는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의 혼돈 속에 경제가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비선 실세’ 국정개입 논란이 빚어진 이후 청와대는 물론 행정부 전체가 기능을 멈췄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은 바짝 엎드려 꼼짝 않고 있다. 일상적인 정책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

이런 가운데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 사이에선 위기감만 팽배하다. 경기지표는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데, 정부도 국회도 이를 되돌릴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 버팀목이 돼온 소비와 건설투자마저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 경제연구소장은 “정권은 유한하고, 경제는 영원하다”며 “경제라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헤어나기 힘든 복합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이대로면 제2 외환위기 온다”

재정경제부 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권 원장은 “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데 현실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빼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장 두렵다”며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선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웠고 이로 인해 노동개혁 등 각종 과제가 후퇴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한꺼번에 빼갔다”며 “지금 그런 징조들이 나타나 두렵기만 하다”고 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은 정치 리스크 탓에 구조조정을 포함해 각종 구조개혁 과제들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 회장은 “정치 혼란 속에 노동과 교육 등 국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개혁 작업들이 멈추면 그 파장은 다음 정권에서 찾아온다”며 “위기를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국 블랙홀이 된 ‘비선 실세’ 논란을 확대하기보다는 가급적 빨리 수습해 경제를 정상 상태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야당은 아무리 개각이 마음에 안 들어도 경제부총리는 청문회에서 통과시켜 일하게 해줘야 한다”며 “경제부처는 다른 부처와 달리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정치 영향을 받는다면 경제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극에 달한 기업들 불안심리

재계의 우려는 더 절실하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치 소용돌이에 경제가 망가지면 기업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며 “그 충격은 곧바로 개인과 가계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환경으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비선 실세 논란에 기업들까지 연루돼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정치 리스크가 기업들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정부를 믿고 투자에 나서겠나”고 반문했다.

김재후/장창민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