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일랜드는 많이 닮았다. 자원이라곤 ‘사람’밖에 없는 작은 나라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아시아의 호랑이’였고 ‘리피강의 기적’을 만든 ‘켈틱의 타이거’였다. 초고속 성장이 국가위기를 부른 것도 닮은꼴이다. 한국은 1997년, 아일랜드는 2008년 경제위기를 맞았고, 둘 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4년 만에 구제금융을 조기 졸업한 것도 공통점이다.

경제위기 이후 아일랜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럽 최저인 12.5%의 법인세율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며 지난해 성장률이 7.8%에 달했다. 재임(2008~2011년) 시절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한 브라이언 카우언 전 아일랜드 총리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 것은 당연했다. 그는 어제 개막한 ‘글로벌 인재(HR)포럼 2016’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아일랜드와 한국처럼 작은 나라는 높은 질의 인적 자원을 갖춰야 살아남는다”며 “개방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나라는 열린 경제로 세계와 교류해야 하고 국민은 글로벌 감각을 가진 세계인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위기 때도 교육과 연구개발(R&D)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며 “학생들은 기회만 있으면 변하려 하는 만큼 대학이 먼저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우언 전 총리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아일랜드 국민이 보인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초긴축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감내했다. 교육받은, 성숙한 국민의식이었다. ‘돼지국가(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란 불명예를 유일하게 떨쳐낸 배경이다.

아일랜드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정부마다 교육감마다 새로운 교육실험이 계속되면서 학교도 파괴되고 있다. 대학가엔 다시 좌파 운동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카우언 전 총리가 “아일랜드와 한국의 청년들은 이스라엘, 싱가포르의 인재들과 경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말에 격동을 느낄 한국 청년은 얼마나 될까. ‘사람도 없는 나라’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인재포럼은 올해로 11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