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3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이 2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혁신 경영과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신학철 3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이 2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혁신 경영과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신학철 3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은 2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불확실하고 복잡한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혁신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3M의 평사원으로 출발해 3M 본사 수석부회장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인 신 부회장은 대본 없이 한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강연을 이어갔다. 청중 역시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강연을 경청했다. 신 부회장은 3M에 입사한 1984년부터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금까지 30여년간의 여정을 통해 몸으로 배운 혁신의 중요성과 비결을 설명했다.

신 부회장은 “1968년에 작성한 3M의 경영 계획서에 ‘전 세계 변동성이 크다’ ‘시장은 포화됐다’는 대목이 있다”며 “지금 상황을 두고 저성장 시대라고 한탄하는 우리 모습을 보며 다음 세대가 비웃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혁신 기업’ 3M의 장수 비결

1902년 미국 미네소타의 작은 마을에서 설립된 3M이 지금까지 114년째 살아남은 비결은 끊임 없는 혁신이다. 올해 한 글로벌 리서치 업체의 설문 결과 100년 넘은 회사인 3M이 정보기술(IT) 트렌드를 주도하는 구글을 제치고 18~30세의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꼽혔다.

신 부회장은 “3M이 창업 후 100년이 지나서도 성장하는 기업으로 남은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M은 1930년 투명 테이프인 스카치테이프를 개발했고, 1967년 산업용 방진마스크, 1980년 포스트잇 등 많은 제품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매년 소비자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300개 이상 시장에 내놓는다.

신제품을 계속 발명하는 비결은 직원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주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의 20%는 자유롭게 업무 외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유명해진 구글의 ‘20%룰’ 원조는 3M의 ‘15%룰’이다. 신 부회장은 “회사 행정 관점에선 괴짜들을 관리하기 어렵지만 3M은 관용을 베풀고 재량을 준다”며 “실수한다고 이런 사람들을 벌하면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통 안돼 실패하는 기업들

혁신에 실패하는 기업 사례도 들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소통의 부재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경직된 문화다. 신 부회장은 “일반 기업은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할 것 같으니 중단하고 비용을 아끼자’고 말하는 사람을 해고한다”며 “반면 3M에선 최근에도 실패한 사업을 진행한 몇몇 사람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말했다. 실패도 경험이라 여기고 직원의 솔직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조직적 솔직함’과 ‘대화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잘못된 결정을 해서 실패하는 회사는 경영진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문책을 당하거나 낮은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워 경영진에 왜곡된 정보를 올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통은 혁신을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라

정체에 빠진 기업과 국가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신 부회장은 “개인이나 기업이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집중해야 한다”며 “강점을 파악하고 강화하는 게 승리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나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후발 기업과의 격차가 작다면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기업이 어떻게 기회를 잡을지 몰라 가만히 앉아서 조금씩 쇠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신 부회장은 “예컨대 시멘트 제조회사라면 기회를 찾기 위해 ‘시멘트 렌즈’를 끼고 주변을 살펴보기 때문에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 하는 일을 중심으로 기회를 찾으려고 하는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고에 갇혀 하고 있는 분야에서만 기회를 찾으려 하지 말고 보유한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 기회를 엿봐야 한다는 뜻이다. 신 부회장은 “새로 개발되는 기술을 활용하고 인구 구조의 변화 등 통계를 활용하면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일/박상익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