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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칼럼] 기업은 공포와 절망에 떨고 있다

입력 2016-11-02 17:24:22 | 수정 2016-11-02 20:39:04 | 지면정보 2016-11-03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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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국'에 불확실성 최악
노동개혁·구조조정 물 건너가
누구든 정신 차려야 하지 않나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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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칼럼’이 재단법인 미르를 다룬 것은 지난해 11월19일자 ‘이런데도 법인세를 올리자고?’에서다. 법인세보다 많은 준조세 폐해를 다룬 칼럼이었는데 마침 재계가 미르 탓에 골치를 앓던 시점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올해 국감에서 이 칼럼을 강제 모금의 증거로 열 차례 가까이 제시했다니 미르에 대한 언론 첫 보도의 파장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업들이 이름조차 생소한 미르에 486억원을 갹출당한 며칠 뒤다. 기업인들에게 몇 마디 물었다가 귀가 아플 정도로 장시간 하소연을 들어줘야 했다.

칼럼이 나가고서도 많은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때 몇 분을 만나 이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단순한 준조세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 나라를 뒤흔들 큰일이 터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고 1년이다. 불행하게도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우리가 들어 잘 아는 측근들이 등장해 레임덕을 앞당기는, 그 흔한 수순이 아니었다. 아뿔싸. 최순실이라는 뒷소문에서나 듣던 인물이 등장하는 국정 농단 사태로 이어질 줄이야.

당시 최악의 상황을 예견했던 몇몇 기업인을 최근 다시 만났다. 이들은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필귀정이라며, 인과응보라며 후련해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기업인들의 표정이 이렇게 어두운 건 본 적이 없다. 기업으로 튀고 있는 검찰 수사의 불똥이 걱정돼서일까. 그렇지 않다. 그저 해코지나 당하지 말아야겠다며 ‘관례’대로 일사불란하게 건넨 ‘보험료’다. 정권의 요구를 거스르며 기업을 꾸려나간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가 아닌가. 정권이 시들거나 바뀔 때마다 늘 겪어온 일이다. 검찰 수사가 큰 걱정거리일 리 없다.

그들은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기업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과정의 혼란 속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소용돌이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과연 최순실 게이트는 어디까지 갈까. 기업인들은 끝 모를 불확실성에 몸서리쳤다.

대통령 중심제 나라의 ‘식물 대통령’이다. 지지율 한 자릿수의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4개월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대통령은 거국내각을 거부한 채 책임총리라며 김병준 씨를 새 총리에 지명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아직 제정신을 못 차렸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이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정국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보수 정권의 침몰로 주도권을 잡은 야당이다. 기회를 놓칠 리 있겠는가. 기세를 개헌과 내년 대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명분만을 내세우는 게임을 즐길 것이다. 포퓰리즘은 더없이 좋은 토양을 만났다. 여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홍이 심화되고 분당 위기를 맞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의 불확실성은 벌써 모든 개혁 프로그램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다. 이 정부 국정과제라던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한 노동개혁법과 규제 관련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주요 법안들은 표류가 불가피하다.

법인세 논쟁의 결론은 보나 마나 인상으로 나올 것이고 조선 해운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선제 구조조정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기업들이 실낱 희망을 걸었던 사안들이다.

경제는 이미 엉망이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내수경기는 벌써 절벽을 만났다. 수출경기도 다르지 않다. 잘나간다던 삼성과 현대자동차마저 인력을 줄이고 급여를 삭감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지 않았나.

정치인들은 대선전에 뛰어들었고 관료들은 모두 일손을 놓았다. 모든 것이 ‘최순실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그러면 기업은 누구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나. 모두 공포와 절망에 떨고 있다. 누구든 정신을 차려야 할 것 아닌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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