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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염소의 저주, 펠레의 저주

입력 2016-11-02 17:33:20 | 수정 2016-11-03 01:31:13 | 지면정보 2016-11-03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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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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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대 68년’.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저주(curse) 시리즈’다. ‘염소의 저주’에 빠진 시카고 컵스와 ‘와후 추장의 저주’에 걸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3승3패로 팽팽하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순종 2년(1908년) 때이고, 클리블랜드도 대한민국 건국(1948년) 이후 우승 반지가 없다. 오늘 최종 7차전 승자는 무조건 저주가 풀린다.

스포츠에는 다양한 징크스가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베이브 루스(애칭 밤비노)를 헐값에 트레이드한 뒤 86년간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렸다. 축구엔 ‘펠레의 저주’가 있다. 펠레가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은 팀은 꼭 초반 탈락하는 징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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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마법·주술에 쓰이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학명 Jynx torquilla)’에서 유래했다. 불길한 징후나 사람의 힘을 넘어선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동양에서 4, 서양에서 13을 기피하듯 막연한 불안심리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보는 징크스는 확률인식 오류 중 하나다. 머피의 법칙처럼 사람의 인지능력은 잘된 일보다 잘못된 일을 더 잘 기억해 그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례(표본)가 많아질수록 그 발생 확률은 정규분포에 가까워진다. 즉 ‘평균으로의 회귀’가 일어나는 것이다. 펄펄 날던 신인이 이듬해 죽 쑤는 2년차 징크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의 표지 모델이 된 선수가 부진에 빠지는 ‘SI 징크스’, 월드컵 직전 우승팀의 예선 탈락 징크스도 모두 평균에 근접해가는 과정이다.

징크스는 언젠가 깨진다. 2006년 월드컵에선 펠레가 꼽은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월드컵 24개 출전국 중 우승 후보는 7~8개국쯤 되지만 우승팀은 단 하나다. 7분의 1 이상 확률로 우승팀을 맞추긴 쉽지 않다. 펠레의 저주는 그의 축구 실력에 비해 축구를 보는 안목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펠레는 한 번도 감독을 못해봤다.

컵스와 인디언스의 저주도 확률상 충분히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엔 30개 팀이 있으니 평균적으로 30년마다 한 번 우승할까 말까다. 특정 팀이 장기간 우승을 못하면 언론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저주’라고 이름 붙인다. 물론 저주를 의식한 선수들이 긴장해 게임을 망치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확률과는 달리 어려운 상황에서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이 종종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 대통령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한 것을 두고 주술적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이 말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고 ‘지성이면 감천’이란 우리 옛말과도 통한다. 주술, 미신이란 비난은 조상묘를 이장한 대선후보, 선거 때마다 점보러 다니는 정치인에게 할 얘기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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