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경제학자도 대선전 가세…앵거스 디턴 "트럼프 경제공약은 망상"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경제학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370명의 미국 저명 경제학자들은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반대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등은 서한에서 “트럼프는 위험하고 파괴적”이라며 “다른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한에 이름을 올린 경제학자 중에는 디턴과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여덟 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트럼프 후보가 경제지표를 계속 왜곡하고, 일반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가 망상과 음모론을 촉발해 공공기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선거인단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경제학자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트럼프 후보의 주장을 잘못된 정보 제공 사례로 들었다. “미국 내 제조업의 고용 비중은 1970년대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대부분은 무역이 아니라 설비자동화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이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잘못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과 별도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19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서한을 내놓았다. 실러 교수는 “나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이번 서한에는 서명하기로 했다”며 “서한은 선동가에 대한 분노의 표시”고 강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선임정책자문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무역협정의 충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의 얘기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후보의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을 이해하는 데는 박사학위가 필요하지 않다”고 비꼬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