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혀온 조윤선 장관(왼쪽)과 안종범 전 수석. / 최혁 기자, 한경 DB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혀온 조윤선 장관(왼쪽)과 안종범 전 수석. / 최혁 기자, 한경 DB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농단 사태로 코너에 몰리자 최측근으로 꼽혀온 인사들마저 각자 살 길을 찾아나서는 듯한 '징후'마저 엿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자금의 강제성 모금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일 검찰 소환조사에 앞서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말도 측근에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은 자신의 여러 행위와 의혹을 둘러싼 법적 책임을 덜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의 말대로 '지시 이행' 수준에 그쳤다면 기업들에게서 800억원 가량의 돈을 받아냈다는 혐의에서 자신의 책임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화살은 박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 지시를 이행한 것일 뿐"이라는 진술을 지속하면 혐의 확인을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시절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한 적 없다"고 말한 것도 최측근의 '이탈'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 장관은 11개월 동안 정무수석으로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한 번도 독대하지 않았다는 언급은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측근이 증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감독 등과 독대했다는 의혹과 맞물려 국정농단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조 장관은 이후 "사전에 면담을 신청하고서 만나는 형식의 공식적 독대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둘이 만나서 얘기한 일은 있었다"라면서 "대통령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장을 감안하면 다소 '뒤늦은 해명'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태로 깊은 내상을 입은 박 대통령의 '장악력'이 크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전격 개각을 단행, 분위기 전환을 꾀했으나 야권은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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