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10월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6회 한·일 재계회의’에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 한경DB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10월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6회 한·일 재계회의’에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 한경DB
“한국이 침체된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진)이 지난 7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허 회장은 “올해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이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공장,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순수 민간단체’다.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합니다’라고 규정한 정관 제1조에 전경련의 설립 목적과 활동 방향이 잘 드러나 있다. 회장과 부회장은 모두 자체적으로 뽑는다. 대기업이 주도해 조성한 단체고, 600여개 회원사 대부분도 대기업이다. 20여명으로 구성된 회장단(회장+부회장)도 주로 30대 그룹 총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변신하는 협회]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재계의 두뇌'로 대변신 준비
전경련에는 8개 위원회와 사무국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국제경영원, FKI미디어(출판사)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사무국 직원은 150여명으로 중기중앙회(400여명) 대한상의(180여명) 등에 비해 적다. 사무국은 경제·산업·홍보·국제·사회·회원사업·기획 등 7개 본부와 감사팀으로 구성돼 있다.

전경련은 설립 이후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 의견을 전달하는 기능을 많이 했다. 1990년대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당시엔 금리 인하론 등을 주장하며 경제성장론의 보루 역할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엔 이른바 그룹 간 ‘빅딜’(사업 맞교환)을 주도하기도 했다.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전경련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경련은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우호 증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일본 등과의 교류 증진이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경련은 일본 정부의 보수적 움직임 등으로 촉발된 정치적 경색을 민간 교류 차원에서 풀어보려는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10월10일에는 전경련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제26회 한·일 재계회의를 열고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방재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전경련은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뼈를 깎는 쇄신 작업을 준비 중이다. 재계를 이끄는 싱크탱크로 다시 거듭나기 위해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