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결국 같은 당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지난달 7일 폭로된 이후 그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하면서 철저히 거리를 둬 왔다.

라이언 의장은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지난주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에서 우리 당의 대선후보를 위해 조기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우리 공화당의 모든 후보를 지지하며, 그동안도 계속 지지해왔다”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 하원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투표 사실을 밝힌 것은 그간의 강경한 ‘반(反)트럼프’ 입장과 극명히 대조된다. 라이언 의장은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를 유혹한 경험을 자랑하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폭로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0일 소속 의원들에게 “더 이상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도 없고 유세도 같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원들도 대선보다는 각자 지역구 선거 승리에 매진하라고 주문했다. 또 이틀 후 지지자들과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는 트럼프 때문에 자칫 하원 선거도 망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의 언행에 대해 “나약하고 의리 없다”는 분노 섞인 비판을 터뜨려왔다. 또 그가 2020년 대권 도전 야욕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뭔가 큰 거래(음모)가 진행되고 있는데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