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사전행사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 한·OECD 국제세미나’에서 몽세라 고멘디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스킬국 부국장이 ‘한국 교육 20년의 발자취와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2016’ 사전행사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 한·OECD 국제세미나’에서 몽세라 고멘디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스킬국 부국장이 ‘한국 교육 20년의 발자취와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명문대 진학이 중요하다는 인식 탓에 학생들의 행복이 가로막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발표한 ‘한국의 교육정책에 관한 보고서’에서 내린 진단이다. 한국이 1996년 OECD에 가입한 뒤 처음 나온 보고서다. 높은 교육열에 비해 성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노동 시장에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통로로서 교육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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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분석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교육 분야 성취를 높게 평가했다. 수학, 읽기, 과학 등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학생 비중(30.9%)이 회원국 평균(12.6%)을 크게 웃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이란 측면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만 2, 3세 유아가 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에 입학한 비율이 각각 89%, 90%(2014년)에 달해 OECD 평균(각각 36%, 71%)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OECD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과거 작동하던 방식에 머무른다면 창의적 인재양성 등 신(新)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제시했다.

교육과 고용 시장의 ‘미스 매치’ 현상을 첫 번째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학이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을 키워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일단 대학 졸업장만 따고 보자’는 풍조 탓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이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이런 현상을 개선하려면 졸업 후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직업훈련학교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체 고등학생 가운데 직업학교에 다니는 이들의 비중이 OECD는 평균 44%인 데 비해 한국은 18%(2014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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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수·학습 국제조사(TALIS) 결과 ‘다시 교직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한국은 63.4%로 참여국 평균(77.6%)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교 교사 중 40세 이하 비중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 특유의 입시 위주 교육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대입수학능력시험 등 하나의 시험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본만 해도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대학 입학시험이 대학의 학생 선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OECD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것처럼 대학 진학을 위한 학생 평가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OECD는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3%에 달하는데 이 중 1.9%(OECD 평균은 0.7%)를 가계에서 부담(2013년)한다.

대학 등 고등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쓰이는 비용 가운데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32.5%(2013년)로 OECD 평균(69.8%)에 크게 못 미친다.

OECD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대학 등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폭넓은 교육 기회를 주는 일도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