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체 루이비통은 한국에서 유난히 콧대가 높다. 국내 면세점에 있는 수입 브랜드 중 매출 1위인 데다 루이비통이 입점하면 따라 들어가겠다는 해외 명품 브랜드가 많아서다. 시내면세점이 앞다퉈 ‘루이비통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런 루이비통을 신규 면세점유치에 나선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면세점)이 유치할 계획이다. 루이비통 같은 명품업체는 나라별로 매장 수를 제한해 신규 매장을 내는 일이 드물다. 특히 문을 열지도 않은 곳에 입점을 확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사업권을 딴 신규 면세점 대부분도 여전히 루이비통의 입점을 기다리고 있다.
문 열기전 해외명품 유치…현대면세점 '속도전'
◆47개 브랜드 입점 약속

현대면세점은 국내 면세점에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등의 명품을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입점 확약을 맺었다고 1일 발표했다. 현대면세점이 다음달 서울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사업권을 얻으면 부루벨코리아가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 입점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루이비통은 2014년까지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국내외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렸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매출이 늘어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해외 브랜드 중에선 여전히 매출 1위다.

디올도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 등에서 수입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해외 명품 판매 5위 안에 들었다. 현대면세점은 루이비통과 디올을 포함해 47개 브랜드와 입점 확약을 맺었다.

부루벨코리아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이 사업권을 획득하면 루이비통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킬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루이비통 본사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면세점은 불가리와 토즈, 헨리베글린, 토리버치 등 188개 국내외 명품 브랜드와 입점 의향서를 교환했다.

현대면세점은 해외 명품뿐 아니라 한국산 제품의 판로 확대에도 힘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을 면세점으로 바꾼 뒤 영업면적(1만4005㎡)의 40% 이상을 국산품 매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사장은 “해외 명품과 국내 상품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하고 30년 넘게 국내 최고급 백화점을 운영한 유통전문그룹의 역량을 살려 고품격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지와 자본력에서 우위”

현대면세점은 좋은 위치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서울 삼성동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강남에 대형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코엑스 주변이 개발되는 것도 호재다. 2021년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105층 규모의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서고 같은 해 영동대로 지하에 잠실야구장(1만3880㎡)의 30배 크기 지하도시와 국내 최대 복합환승센터가 건설된다.

재무건전성도 현대면세점의 강점으로 꼽힌다. 관세청은 1000점 만점인 이번 면세점 심사에서 재무건전성을 포함한 운영인의 경영능력에 가장 많은 배점(300점)을 뒀다. 지난해 사업권을 딴 신규 면세점이 모두 적자를 보고 있어 면세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사업자를 뽑기 위해서다. 재무건전성 기준으로 보면 현대면세점은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 뛰어든 5개 업체 중 최고 등급으로 분류된다. 현대면세점은 자기자본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등 주요 평가 항목에서 모두 1위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면세점 관리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면세점 보세화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고 장기간 국내외 명품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경쟁회사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