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분식회계 혐의가 있는 기업을 감리하기 위해 법인이나 개인에 대한 계좌추적권을 10여년 만에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감리기간을 단축하는 등 분식회계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회계투명성 개선 방안의 하나로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계좌추적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예외조항에 ‘회계감리 목적’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가장거래 등 특정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에 한정해 허용하는 방안과 전반적인 감리에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계좌추적권은 국가기관이나 유관기관이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본인 동의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다. 금감원은 감리에 계좌추적권이 허용되면 허위 계좌를 활용해 매출이나 자산을 부풀리거나 대주주 횡령을 돕는 기업을 신속하게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대주주가 B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라이선스계약 등을 통해 투자를 받은 것처럼 꾸미고 B가 받은 돈을 가로채는 등의 행위를 두세 번의 계좌추적을 통해 밝혀낼 수 있다.

지금은 금감원이 회계감리를 할 때 기업이 제출하는 간접증거에 의존하다 보니 감리기간이 길어지고 감리의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당국 등의 요청으로 회계투명성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관계자 문답 등 간접증거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고 회계분식 적발에 한계가 있다”며 계좌추적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2004년까지만 해도 회계감리 시 계좌추적권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간접조사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불공정거래행위 등 특정 위법행위를 조사할 때만 타인의 계좌를 볼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