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61·사진)가 31일(현지시간) 수도 마드리드 인근 왕궁에서 펠리페 6세 국왕 주재로 총리 취임식을 갖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10개월간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스페인 하원은 지난달 29일 라호이 총리 후보에 대한 신임 투표를 해서 찬성 170표, 반대 111표, 기권 68표로 통과시켰다. 이는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PP) 내각이 다시 집권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뜻이었다. 국민당은 작년 12월 총선에서 다수당 자리를 잃었다. 또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 등과의 집권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지난 6월 재총선이 열렸지만 과반 이하인 137석을 얻는 데 그쳐 정부 구성에 다시 실패했다.

기약 없는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세 번째 총선까지 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재총선에서 85석을 얻은 사회당이 신생정당 우니다드포데모스(71석)의 세 확대를 우려해 국민당의 라호이 총리가 다시 집권하는 것을 묵인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사회당 의원들 중 일부는 라호이 총리의 이 신임 투표에서 기권했다.

그러나 소수 정부를 이끌게 된 라호이 총리에게는 난제도 적지 않다. 1기(2011~2015년) 때와 달리 입법과정에서 야당과 매번 협상과 실갱이를 거쳐야 한다. 당장 내년 예산안을 긴축적으로 편성할지, 확장적으로 편성할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위기 때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을 받은 스페인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계획안을 따라서 내년 55억유로(약 6조8800억원) 규모 예산삭감이나 증세를 단행해야 하지만, 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회당은 새 정부의 정책에 협조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