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두배 넘게 뛴 마늘값…중국 흉작에 투기꾼 '활개'
세계 마늘 수출량의 80%를 담당하는 중국에서 마늘값이 폭등하고 있다. 마늘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투기세력이 가세한 탓이다. 5~6년 전 ‘중국발 마늘대란’이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상품데이터 제공 회사인 민텍글로벌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 마늘 가격은 2014년까지만 해도 1㎏에 5위안(약 841원)이었으나 지금은 13위안(약 2188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2009~2010년 신종플루 예방에 마늘이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투기 광풍이 불었을 때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비가 많이 오고 눈이 내려 마늘 작황이 나빠지자 가격 상승을 예견한 투기세력이 마늘 매집에 나섰다. 상품정보서비스 회사인 SCI99의 추이샤오나 애널리스트는 “마늘 흉년을 예상한 사람들이 값이 오르면 차익을 볼 것으로 생각하고 마늘을 쌓아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과일·채소를 거래하는 데님펙스사의 조이 딘은 “최근 중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마늘을 전혀 구할 수 없었다”며 “큰 돈을 쥔 투기세력이 상당량의 마늘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FT는 중국 정부가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규제를 가한 뒤 투기자금이 상품 거래 분야에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올해 중국산 마늘 수출량(1~7월 기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든 89만5000t에 그쳤다. 4년래 최저 수준이다.

중국의 마늘 투기 바람은 김장철을 앞둔 국내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청은 지난 9월 마늘 수입가격(냉장 기준)이 ㎏당 414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2% 뛰었다고 밝혔다.

국산 마늘도 날씨 탓에 생산량이 평년보다 16.3% 줄어 값이 오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마늘은 평년 대비 60~67% 높은 값(한지마늘 10㎏ 기준 9만2667원)에 거래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