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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교수 "매년 로열티만 200억 '줄줄'…종자주권 되찾아야죠"

입력 2016-10-31 17:49:58 | 수정 2016-11-01 01:10:06 | 지면정보 2016-11-01 A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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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산업 육성 프로젝트 참여 중인 '고추박사' 강병철 서울대 교수

국내 육종가 수, 몬산토보다 적어
그나마 가장 젊은층이 40대 중반
'종자산업' 육성에 전략적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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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새로운 종자(種子)를 개발할 육종가가 부족합니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인재 육성이 필요합니다.”

지난 27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강병철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사진)는 “종자산업은 5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농식품산업의 1% 규모(약 450억달러)지만 나머지 99% 시장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미래 산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여년간 고추 연구에 매진해 ‘고추 박사’로 알려진 강 교수는 국내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2013년 출범시킨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에 참여 중이다. ‘금보다 비싼 종자’라는 의미를 지닌 이 사업은 4년간의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2021년까지 2단계 사업에 들어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업체들이 몬산토 등 외국 기업에 팔리면서 잃어버린 종자 주권을 되찾자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한국은 청양고추 같은 토종 종자를 포함해 매년 2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외국에 지급하고 있다.

강 교수는 종자산업이 한국 경제의 주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성 높은 종자를 개발하는 데 최소 5년에서 10년간의 장기 연구가 필요하지만 일단 완성되면 지속적으로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며 “30년 전 나온 후지사과가 여전히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종자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육종가의 전략적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종가는 종의 배합과 선별을 통해 우수 품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자다. 강 교수는 “씨 없는 수박을 발명한 우장춘 박사부터 이어져온 한국 육종가의 대가 외환위기 이후 끊겼다”며 “현장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40대 중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육종가가 모두 합쳐 300여명인데 몬산토 같은 글로벌 기업 한 곳보다 적다”며 “사람이 자원인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의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종자산업은 지역적 특색이 강한 채소나 연구 역사가 깊은 쌀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콩, 옥수수 같은 작물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은 시장 규모가 크지만 이미 몬산토, 카길, 신젠타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특허를 선점해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일본의 종자 기업 사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메이저 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GSP에 참여해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품종 중 하나인 ‘레드 하바네로’에서 매운맛을 제거하고 항산화 기능과 살균 기능만 살린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가 아니라 고추 전체에서 매운맛이 나게 해 생산성을 높이는 고추 등도 개발 중이다. 그는 “LG화학이 처음에 10명의 연구원만으로 전기배터리 사업을 시작할 때 누구도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종자 사업 역시 협소한 양적 목표 달성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나간다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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