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제네시스가 오는 11월4일 독립 브랜드 출범 1주년을 앞두고 내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1월 별도 브랜드로 분리시킨 이후 고급차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제네시스는 초대형 세단 EQ900, 대형 세단 G80 등 2개 모델을 앞세워 올들어 9월까지 국내에서 4만9180대가 팔렸다. 10월 중 5만대를 넘어섰으며 월 평균 5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8월부터는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판매에도 나섰다. 내년 하반기 '엔트리급' 세단 G70 출시를 기점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고객 층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 G80.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G80. (사진=현대차)
◆ 제네시스 점유율 10% 넘어…"안방서 통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출범시킨 것은 세계 고급차 시장의 대응력을 높이고 브랜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를, 독일 폭스바겐이 아우디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과 같이 대중브랜드 현대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투 트랙'으로 가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향후 10년 뒤 세계 시장에서의 현대차 평판은 제네시스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2004년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한 이후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출시와 지난해 브랜드 출범까지 10년 이상 '제네시스 독립'을 위해 담금질 했다. 업계에서도 현대차 품질과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고급 이미지도 부각시켰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제네시스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출범 이후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제네시스 내수 판매량은 G80(DH 포함) 2만8780대, EQ900 2만400대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국내 총 판매대수 48만2663대 대비 제네시스 점유율은 10.2%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연말까지 판매대수는 6만5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 체험관 운영은 일반인의 브랜드 인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초 현대차는 신세계의 복합 쇼핑몰인 하남 스타필드에 '제네시스 스튜디오' 1호점을 열어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체험관을 다녀간 방문객이 10월 말까지 3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EQ900 세단. (사진=제네시스 브랜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제네시스 EQ900 세단. (사진=제네시스 브랜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제네시스로 '수익성 제고' 중점

현대차는 제네시스가 해외 시장에서 판매를 본격화하면 최근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미국을 시작으로 중동, 러시아 등 해외 지역에도 수출에 나섰다. 향후 중국, 유럽 등 더 넓은 시장으로 뻗어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고급차 시장은 대중차 대비 수익성이 높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고급차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제네시스 역시 고부가가치 상품이어서 실적 개선 효과가 크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조원을 간신히 넘겨 2010년 연결회계기준 도입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전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10% 삭감에 동참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최병철 현대차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지난 26일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제네시스 수출을 확대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수익성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라인업 확대도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내년 상반기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디젤 모델이, 하반기엔 젊은 층까지 타깃으로 하는 중형세단 G70이 출시된다. 이어 고성능 스포츠쿠페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 차량 등 오는 2020년까지 6개 차종과 다양한 파생 상품을 갖춰 글로벌 시장 경쟁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후발주자지만 앞으로 글로벌 고급차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