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대통령비서실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려온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50), 이재만 총무비서관(50), 정호성 부속비서관(47)이 박근혜 대통령의 곁을 떠나게 됐다. 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지 18년 만이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과 동고동락하며 두터운 신임을 받은 탓에 청와대 비서실의 위계질서를 뛰어넘어 ‘문고리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샀다.

이들은 1998년 4월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세 사람은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이자 당시 박 대통령의 개인 비서실장 역할을 하던 정윤회 씨가 보좌진으로 발탁했다는 게 정설이다. 고(故) 이춘상 보좌관까지 모두 네 명이 박 대통령의 ‘핵심 가신그룹’으로 통했으나, 이 보좌관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숨져 세 명만 남았다.

청와대 입성 후 이 비서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챙기는 총무비서관에, 정 비서관과 안 비서관은 대통령 일정 등을 챙기는 1·2 부속비서관에 각각 임명돼 최측근 자리를 지켰다.

문고리 3인방의 영향력이 도마에 오른 것은 2014년 11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이 공개되면서다. 3인방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었으나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거취 논란도 가라앉았다.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3인방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일부 연설문의 최종 수정자가 정 비서관의 ID로 확인되면서 ‘연설문 유출 의혹’에 휩싸였고, 이 비서관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피해가지 못했다. 최씨가 청와대 행정관들을 지휘하며 박 대통령의 의상을 챙기고 순방 일정까지 미리 통보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2부속비서관이던 안 비서관 역시 논란에 휘말렸다. 검찰은 정 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나섰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3인방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들은 결국 박 대통령의 임기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전 정무수석, 김성우 전 홍보수석은 이날 참모진 교체 인사 발표 이후 춘추관을 방문해 퇴임 인사를 했다. 5개월 보름여 만에 물러난 이 전 실장은 “저 자신도 반듯하게 일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많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