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강국 되려면 장기투자해야…일본도 선도국 되는데 40년 걸려"
“기초과학 투자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1908년에 경제 강국에 오르면서 과학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지만 1940년대 이후에야 노벨상 수상자가 늘어나면서 결실을 봤죠.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1960년대에 큰 폭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기초과학 선도국가로 올라선 지는 10~20년밖에 안 됩니다.”

벤키 라마크리슈난 영국왕립학회장(64·사진)은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학 강국이 되려면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660년 설립된 영국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자연과학학회다.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등 세계적인 석학과 노벨상 수상자 80여명을 포함해 16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인도계 영국 이민자인 라마크리슈난 학회장은 리보솜(세포 안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는 장소)의 3차원 원자지도를 제시한 공로로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생화학자다. 미국 유타대 생화학과 교수 등을 거쳐 1999년부터 영국 분자생물의학연구소(LMB)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학회장에 취임한 그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영국왕립학회의 기초과학 인재 협력체계 구축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에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라마크리슈난 학회장은 대안을 찾기 위해 기초과학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초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경제 성장 동력으로 과학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발전할수록 과학 투자를 늘려야 성장도 탄력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벨상을 탈 수 있는 독창적인 연구를 늘리려면 정부가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큰 연구주제를 정부가 잡아주기도 하지만 연구비를 어디에 투자할지는 온전히 과학자들에게 맡긴다”며 “영국왕립학회도 연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현안을 정기적으로 보고서로 내고 영국 정부는 이를 정책에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여파로 영국 과학자들의 국제 공동연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그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라마크리슈난 학회장은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에 연구자들이 안 온다는 얘기가 있지만 소수 사례일 뿐 입증된 건 아니다”며 “영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출신 과학자들이 계속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