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과 대학교육 혁신, 그리고 MOOC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을 그 시작으로 알려진 산업혁명은 현재 4단계로 구분된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의 개발로 인간이 에너지에 대한 지배를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지며,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을 통해서는 전기동력과 분업화 표준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후반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정보통신의 물결과 이를 통한 생산시스템의 자동화였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3D 프린터 등의 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화된 제품을 생산해 내는 가볍고 유연한 생산체계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환경에 비해 우리 대학의 교육은 어떠한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교수로부터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듣고, 같은 과제를 풀고, 같은 시험을 통해 평가받고 있다. 전국 200여개 대학의 같은 전공 학생들은 거의 같은 교과목으로 구성된 교과체계에서 위에서 언급한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고 있다. 분업적, 전문적, 획일적 특징을 갖는 2차 산업혁명에나 어울리는 교육체계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창의력, 협업능력, 융합능력, 자료기반 문제해결능력이 핵심 역량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대학교육은 네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대학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 전문 분야별 장벽이 사라져가는 미래 산업 형태를 고려하면, 한 가지 전공 분야에 대한 일률적인 교육에서, 적어도 두 전공 분야의 깊이 있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 가지 주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르쳐야 한다.

둘째, 교육 주체로서 개별 대학과 개별 학과는 다양한 역량을 산업계에 제공해야 한다. 표준화된 과목과 유사한 교육과정을 통해 비슷비슷한 특징을 가진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별로 학과별로 차별화된 강점을 가진 졸업생을 배출해야 한다.

셋째, 개인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석사 이상의 학위와 전문성을 지향하는 학생들과 취업을 지향하는 학생들은 그 교육 내용에 차이가 있어야 하며,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개인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넷째, 위의 세 가지 과제가 비용의 증가 없이 수행돼야 한다. 현재 대학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며, 획기적인 전기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로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이 더 많은 내용을 가르치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고, 개인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런 목표를 비용 증가 없이 달성해야 한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MOOC(온라인공개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최고 강의를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MOOC’가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대학 교육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대학교육의 혁신을 우리나라가 MOOC를 통해 먼저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학교육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허준 < 연세대 교수 /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