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구절초 이채민(1957~ )
가을은 사색을 유발한다. 무엇을 보든 무심치 않다. 꽃을 보면 꽃밭이 생각나고 꽃밭을 보면 인생으로 생각이 번진다. 칸나와 구절초의 대비가 흥미로운 시다. 칸나는 핏빛이다. 젊음과 열정의 여름꽃이다. 가을꽃 구절초는 함초롬하다. ‘어머니의 사랑’이라 했듯이 인생의 근원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런 구절초를 보면서 시인은 ‘이별’ ‘적막’ ‘죄’를 생각한다. ‘견디기 힘든 시간’은 ‘심사숙고’와 ‘참회’라는 말을 연상케 한다. 그런 시인에게 꽃들은 ‘염통까지 들어와서’ 박수를 쳐 준다. ‘박수’의 의미를 가지고 다시 사색에 잠기게 한다.

문효치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