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국채금리가 지난 8월 이후 동반 상승하면서 수년간 지속돼온 디플레이션이 물러가고 금리가 상승 기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채권금리 역시 3개월째 빠른 속도로 오르는 등 동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선진국 경기 회복과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세계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미국 및 유럽시장 채권금리 급등도 영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넘어선 게 그 발단이었다.

사실 이번 금리 상승세는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중앙은행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채권시장 긴축발작, 또 지난해 말 미국이 9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우선 금리 상승이 선진국들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임금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그렇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5%, 유로존은 0.4% 상승하면서 2014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스탠리 피셔 미 중앙은행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속도가 과해질 수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할 정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우량 기업들조차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금리 상승이 비정상적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 또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나는 징후라는 점에 무게를 두면, 그동안 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600대 기업 중 87%가 올해 경영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위축, 수출 부진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세하나마 경기 풍향이 바뀌고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풍향의 변화는 다면적인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 주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