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vs LG화학 "석유화학 1등은 나요"
롯데케미칼이 1976년 창립 이래 40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화학업계 영업이익 1위 자리(연간 기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LG화학이 부동의 1위였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이 LG화학의 60%가량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올 들어 1, 2, 3분기 연속 LG화학을 추월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9조5521억원, 영업이익 1조8107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 영업이익은 39% 늘었다. LG화학은 올 3분기까지 매출 15조1473억원, 영업이익 1조531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고 영업이익은 4%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롯데케미칼은 연간 기준 처음으로 올해 LG화학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vs LG화학 "석유화학 1등은 나요"
올해 롯데케미칼의 폭발적 이익 증가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시장 호황 덕분이다.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282만t으로 석유화학업계 맏형인 LG화학(연 220만t)보다 많다. 여기에는 2010년 말레이시아 에틸렌 생산업체 타이탄 인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래 롯데케미칼은 LG화학보다 에틸렌 생산량이 뒤졌지만 연 72만t을 생산하는 타이탄을 인수하면서 국내 업체 중 에틸렌 생산량 1위로 올라섰다.

당시만 해도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타이탄 인수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인수 대금이 1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과 공급 과잉으로 에틸렌 시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도 타이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에틸렌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부터 효자로 변신했다.

LG화학도 에틸렌 설비 증설에 나섰지만 석유화학보다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이달 초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생산거점을 한국(충북 청주) 중국(난징) 미국(미시간주 홀랜드)에 이어 유럽으로 확대했다.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LG생명과학 인수를 추진하며 바이오사업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작년 이후 두 회사의 영업이익 흐름은 이런 사업 전략과 연관이 깊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호황기와 불황기에 영업이익 변동폭이 큰 데 비해 LG화학은 안정적으로 꾸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면 LG화학의 이익도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맞수 대결도 석유화학업계의 관심거리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64)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다. 허 사장은 1976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박 부회장은 1977년 LG화학 전신인 럭키에 입사해 CEO까지 올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