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택춘 영진웜 대표가 국산화한 ‘웜 가속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영진웜 제공
오택춘 영진웜 대표가 국산화한 ‘웜 가속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영진웜 제공
정밀기기 전문기업 영진웜이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 전량 수입해 쓰는 ‘웜 감속기’를 국산화해 양산체제를 갖췄다고 30일 밝혔다. 수입 대체 효과는 연 800만달러에 이른다고 영진웜 측은 설명했다.

영진웜이 개발한 웜 가속기는 스크루 형태의 기어를 맞물려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 부품이다. 모터의 회전력을 늦춰 기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훼손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감속기의 한 종류다.

일반 감속기보다 정밀도가 높고 힘도 더 센 게 특징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의료장비, 자동차 제조장비 등 첨단 장비에 주로 쓰인다.

웜 가속기는 지금까지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일부 기업만 생산·판매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조기계 업체들은 이 부품을 수입해 쓰는 수밖에 없었다.

30여년간 기어 부품과 장비 개발 한우물만 판 오택춘 영진웜 대표는 2009년부터 웜 가속기 국산화에 나섰다. 회전하면서 힘을 전달하는 감속기 기어 안쪽 곡면의 ‘황금비율’을 알아내기 위해 수백번의 실험을 거쳤다.

오 대표는 “유럽 제품 대비 30% 이상 동력전달 효율이 높으면서 가격은 20~30% 저렴한 웜 감속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부터 본격 양산체제를 갖춘 영진웜은 월 500대가량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대당 제품 가격이 약 15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월 7억~8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연간으론 1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기계 장비 업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 수출도 하고 있다.

앞으로 웜 감속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게 영진웜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제조라인을 스마트 공장 형태로 바꾸는 ‘제조업혁신3.0’ 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각 산업 영역에서도 IT가 접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기기가 늘어날수록 웜 가속기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오 대표는 “중국 내 기계분야 전문 공급사인 슝밍기계설비유한공사와 지난달 판매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연 20%씩 관련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