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달구는 '팔선녀'…언급된 당사자들 "최순실 몰라요"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가 비밀 모임 ‘팔(八)선녀’를 조직했다는 의혹이 28일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최씨를 포함해 여성 기업인, 재력가, 교수 등 8명으로 구성된 팔선녀 명단이 사설정보지에 등장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이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서울 압구정동의 여성 전용 사우나(사진)도 주목받고 있다. 이 사우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가 건물에 있다. 호텔 사우나와 달리 낡고 오래됐다. 목욕 시설은 가로·세로 길이가 각 3m 정도에 불과한 냉·온탕 각 1개에 작은 쑥 사우나실 1개, 세신 테이블 3개가 전부다. 특이점은 탈의공간 옆으로 작은 방 3개가 있었다. 각각 여닫이문으로 구분된 독립 공간이었다. 손님들의 휴식 및 교류 장소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세신사는 “오는 손님이 하루에 적으면 3~5명뿐”이라며 “소수의 단골 손님들이 주고객”이라고 했다. 조심스레 최씨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목욕탕 관계자들이 일제히 표정을 굳히며 “전혀 모른다”고 손사래 쳤다.

하지만 이날 이 목욕탕을 찾은 한 여성은 최씨가 나오는 TV 뉴스를 보다 “그렇게 난리를 치고 다니니 동네 사람들이 모를 리가 있나. 올해 초 여기 와서도 탕에서 물을 떠 사우나실 안 바닥과 벽면 등에 다 뿌리면서 요란을 떨고…”라고 말했다. 최씨는 현대아파트 주민이기도 했다. 2003년 당시 남편 정윤회 씨와 함께 이 아파트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이 목욕탕 건너편에도 이와 비슷한 소규모 목욕탕이 있다. 이곳도 최씨가 지인들과 자주 드나들었다고 알려졌다. 2년여 전부터 문을 열지 않아 각종 체납 청구서가 문 앞에 가득 쌓여 있었다. 인근 한 김밥집 종업원은 “두 목욕탕 모두 시설은 낡았지만 가마솥에서 쑥을 쪄 김을 내는 옛날식으로 운영하는 데다 일반 주민들이 잘 찾지 않아 유력 인사들이 비밀리에 자주 찾는 곳이란 소문이 수년 전부터 파다했다”고 말했다.

팔선녀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이날 이 모임 실체를 일제히 부인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팔선녀의 멤버라고 지목된 한 기업 관계자는 “팔선녀라는 모임이 이름만 나왔을 뿐 구체성 있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팔선녀 멤버라는 것 자체가 모욕적인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