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산재환자 치료부터 복귀까지…근로자들의 '희망 병원'
이강우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사진)은 미국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로 근무하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에 맞춰 귀국했다. 재활의학 분야 명의로 꼽히는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치의,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소장 등을 지냈다.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을 맡아 국내 학회를 운영했다.

정년 퇴임을 하자 미국 병원들에서 러브콜이 왔다. 그러던 차에 2012년 4월 개원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원장은 “재활에 초점을 맞춰 지은 병원이었는데 미국에도 이 정도 시설을 갖춘 병원은 흔치 않았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병원 기틀을 닦은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연임했다. 이 원장은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을 “재활환자 치료는 물론 연구, 직업훈련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국내에 하나뿐인 병원”이라고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1000억원의 기금을 들여 지은 연면적 2만6000㎡, 250병상 규모의 국내 최대 재활전문병원이다. 병원 한쪽에는 길이 17m의 수중재활시설이 있다. 환자 치료를 위한 이 시설에 5명의 치료사가 상주하며 환자 재활을 돕는다. 로봇을 활용한 재활치료기와 운전재활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 환자들의 사회활동을 돕기 위한 음악치료실, 당구장, 탁구장 등도 운영한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어린이들을 위한 전용 재활시설도 마련했다. 입원비가 저렴하고 환자들이 생활하기 편해 한 번 입원한 환자가 좀처럼 퇴원하려 하지 않는 것이 고민일 정도다.

8명의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90여명의 물리치료사가 환자를 1 대 1로 치료한다.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환자 진료 사례 등을 놓고 대학병원 수준의 콘퍼런스를 한다. 치료시설과 의료 수준이 높아 다른 병원에서 회복하지 못한 재활 환자들이 이 병원에 와 일상생활에 복귀한 사례도 많다. 골반이 부러진 뒤 누워 생활하며 “일어서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환자는 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걸어나갔다.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지역 재활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병상 가동률은 98% 수준으로, 입원을 위해 수개월씩 기다리는 환자도 있다.

이 원장은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는 이른 시일 안에 재활치료를 받아야 인체 기능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치료 능력이 되지 않는 일부 병원이 환자에게 핫팩 정도만 붙여주고 장애등급을 잘 주겠다며 유혹하는 일도 많다”며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춘 병원에서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에 있는 직업재활센터는 산재환자의 직장 복귀까지 돕는다. 일을 하다 넘어져 뇌출혈로 하반신 마비가 생긴 환자가 오면 입원 순간부터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와 직업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진료과장, 직업평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에게 필요한 인체 기능과 치료 계획을 함께 짠다. 회복되면 환자가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찾아가 재채용을 요청하는 일도 맡는다. 이 원장은 “재활환자 치료의 목표는 직장과 가정으로의 복귀”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해 병원에 연구소를 개설했다. 그는 “환자에게 왜 재활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등 재활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체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재활치료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