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SNS에 넘쳐나는 '최순실 찌라시'
‘박근혜 대통령의 특이한 말투는 최태민·최순실의 사교(邪敎) 영향.’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주변 인물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야당 정치인도 가세하면서 ‘믿거나 말거나’식 폭로가 난무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정에 최씨를 개입시킨 배경에 ‘종교적 영향력’이 있다는 설이 가장 많이 나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부친인 고(故) 최태민 씨를 20대부터 신뢰해왔고 최순실 씨를 ‘영적인 후계자’로 믿었다는 것이다. 최태민 씨는 1970년대 초 불교, 기독교, 천도교를 통합했다는 영세교를 세워 교주를 지내며 ‘칙사’ ‘태자마마’ ‘미륵’ 등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은 그간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 ‘특이 표현’들 때문에 증폭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뜨겁던 2015년 11월 국무회의에서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해 4월 브라질 경제인 초청 행사에선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인용하면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다.

야권 인사들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미르재단도 미륵과 연결된다고 하는데 최태민 목사가 스스로 미륵이라고 했다”며 “박 대통령이 최태민·최순실의 사교에 씌어서 이런 일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4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가 기획된 것이라는 황당한 설까지 나돌고 있다. 관련 글을 올린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이 ‘고귀한 희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종교적 의미가 있다”며 “세월호 실소유주이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지도자인 고 유병언 씨가 1970년대 최태민 목사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을 이끌었다”는 설을 퍼뜨렸다. 박 대통령과 ‘신천지’가 밀접한 관계라는 설도 나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하며 서신을 보냈다는 루머도 있다. 2012년 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것도 신천지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신천지’를 순한글로 표기하면 ‘새누리’가 된다.

이처럼 근거 없는 낭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현 정권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포털 사이트에선 최씨가 손가락에 달린 줄을 이용해 박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합성사진이 올라와 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에 최씨의 얼굴을 합성한 뒤 “내가 조선의 국모다! 연설문 고쳐서 보냈음”이라는 문구를 적어 넣은 ‘명성황후’ 풍자물도 등장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토요일인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동현/마지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