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6년 퍼팅실험' 이번엔 빛 볼까
‘어! 또 달라졌네!’

‘위의 실험’이 이번엔 빛을 볼 수 있을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대회에 출전 중인 미셸 위(27·나이키·사진) 얘기다. 2014년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히는 ‘ㄱ자 퍼팅’을 선보여 골프계를 들끓게 했던 그다. 요즘엔 상황에 맞춰 양발의 폭과 허리 각도를 달리하는 변형 퍼팅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인 성적만 놓고 보면 2011년부터 이어진 그의 퍼팅 실험이 거의 완성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때그때 달라요’ 퍼팅 눈길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G&CC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그는 ‘ㄱ자 퍼팅’과 ‘웅크린 퍼팅’을 한 홀에서 모두 사용했다. 먼 거리 퍼트에선 다리를 넓게 벌려 하체를 탄탄히 다진 채 허리를 80도가량 구부린다. 그러고는 오른쪽 어깨를 아래로 살짝 기울여 퍼팅 라인이 잘 보이는 상체 각도를 만든다. 1~2m짜리 단거리 퍼팅에선 양발을 좁히는 한편 허리와 등을 둥그렇게 말아 웅크리고 무릎을 많이 굽힌다. 머리도 공 바로 위 수직 지점이 아니라 공 오른쪽에 두는 파격적인 형태다.

골프 명인 잭 니클라우스의 퍼팅을 닮아 ‘잭 어드레스’로 불리는 자세다. 박원 프로는 “장거리 퍼트와 단거리 퍼트 모두 공이 굴러가는 길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한 자세라는 게 공통점”이라며 “방향이 좋아야 하는 단거리 퍼트와 거리감이 좋아야 하는 장거리 퍼트의 가장 좋은 자세를 결합한 방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허리를 굽힌 각도를 거리에 맞춰 조절하는 등 한층 유연해진 어드레스 형태로 볼 때 자신의 퍼트 방식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는 설명이다.
미셸 위, '6년 퍼팅실험' 이번엔 빛 볼까
상승세 우승까지 이어질까

미셸 위의 ‘퍼팅 편력’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13세이던 2003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당대 최고 선수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겨루며 ‘골프 천재’의 등장을 알렸다. 그는 당시 다른 프로들처럼 허리를 살짝 굽히는 평범한 퍼팅 어드레스를 했다. 2009년 LPGA 첫승을 올리고, 2010년 2승째를 달성했을 때만 해도 퍼트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우승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데뷔 첫해 5위였던 퍼트는 2011년 투어 최하위 수준인 132위까지 추락했다. 그립 끝을 배꼽에 대는 벨리퍼트를 해보다가 그립을 왼쪽 팔뚝에 대고 퍼트해보는 실험이 쏟아진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다 나온 게 2014년의 ‘ㄱ자 어드레스’다.

‘보기 민망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지만 미셸 위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퍼팅이 안 돼 투어 출전권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해 10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ㄱ자 퍼팅’은 일약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최근 성적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수준이다. 미셸 위는 지난주 중국에서 열린 블루베이 대회에서 공동 10위로 2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도 5언더파 공동 3위로 쾌조의 출발을 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는 2014년 10월 US여자오픈 이후 허리, 엉덩이 부상과 스윙 부진 등이 겹치면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번에 우승하면 2년 만에 통산 5승째를 거머쥐게 된다.

조도현 프로는 “몸을 공에 가깝게 가져갈수록 퍼팅 라인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단거리 퍼트 정도는 시도해볼 만하다”면서도 “장거리 퍼팅에서는 거리감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자신만의 적정한 허리 각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라운드에서 8언더파 2타 차 단독 선두에 오른 양희영(26·PNS창호)은 이날 이글 한 개와 버디·보기 한 개씩을 묶어 2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10언더파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