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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교도소 담장위 걷는 정권 실세들…운명 가르는 기준은?

입력 2016-10-28 11:02:06 | 수정 2016-10-28 1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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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실세들의 회고 들어보니…

"대선 승리하자 여기 저기서 부나방 처럼 몰려들어
어깨 한번 잘못 으쓱했다간 큰 일 나겠다 싶더라"

"한국은 '권불5년' 아닌 '권불3년'…임기 반환점 돌면 힘빠져
곳곳에서 비리 의혹 제보 들어오고 손 쓸 수 없는 지경 돼"

엄격한 자기관리 못하고 권력에 휩쓸리면 末路 비참
이명박 정부 시절 수석비서관을 지냈던 한 인사의 얘기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실세 소리를 들었다. 그는 수석비서관을 그만 둔 다음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한적이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니 한번 스쳐지나간 정도의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지더라 단순히 축하인사라면 괜찮은데, 기억도 가물가물한 사람들한테서 밥 한번 먹자는 요청이 엄청 많이 왔다. 사업상이든 뭐든 뭔가 부탁할 것들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정권을 잡았다고 어깨 한번 잘못 으쓱했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다. 한켠으로는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 임기말만 되면 줄줄이 게이트가 터지고 이른바 ‘실세’들이 굴비 엮이듯 감옥으로 가는 장면이 떠올라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무사히’ 사회로 돌아와 다른 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또 다른 사람의 얘기다. 그는 자신이 목표로 한 청와대를 떠날 시점에서 2,3개월 앞두고 퇴근 길에 관용차를 타지 않고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걸었다. 권력을 내려놓고, 어깨에 힘을 빼는 연습을 미리 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핵심 실세 소리를 들었던 그는 ‘무탈하게’ 살고 있다.

정권을 잡으면 실세 주변에 온갖 ‘부나방’이 몰려 든다는게 이들의 말이다. 이 ‘부나방’들은 실세들을 추켜세우고 이권 청탁하는게 다반사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속절없이 지나가는게 세월이더라. 대통령 임기가 5년이지만 반환점만 돌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공직사회에서도 차기 유력 주자들 주변을 기웃거리고 ‘복지안동’하면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시작한다. ‘권불 5년’이 아니라 ‘권불 3년’이더라. 곳곳에서 비리 의혹 제보들이 들어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권력을 잡았다고 방심하다간 한 순간에 ‘휙’간다”고 했다.

역대 정부에서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인사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비참한 말로를 겪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또 비선실세라는 이름으로 장막 뒤에서 권력을 휘둘러서 파문을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다. 매 정권 마다 이런 일은 반복되고 있다.

5공화국 땐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전경환 씨가, 노태우 정부에선 영부인의 고종사촌 동생으로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씨와 월계수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였던 1991년 ‘수서비리 사건’으로 장병조 당시 청와대 비서관 등이 구속되면서 국정 장악력이 한순간에 약화됐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뒤엔 비자금 조성 등으로 감옥에 가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차남 김현철 씨가 연루된 한보 게이트가 터졌다. 권력의 무게 중심은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 쪽으로 급속히 쏠렸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신한국당을 탈당했고, 집권 말기 ‘식물 대통령’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새천년민주당 창당,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임기 말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잇따라 터졌고, 권력의 추와 정보가 야권으로 옮겨가면서 레임덕에 빠졌다. 또 아들들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땐 임기 후반기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행담도 개발 스캔들과 ‘김재록 게이트’, ‘바다이야기’ 파문이 연이어 터지면서 권력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결국 노 전 대통령도 탈당했다. 또 ‘봉하대군’으로 불렸던 노 전 대통령 친형 노건평 씨가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만사형통’이란 말을 유행시킨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2014년 11월 비선실세설이 나돈 정윤회 씨(최순실 씨 전남편)가 청와대 ‘문고리 실세 3인방’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이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문고리 실세 3인방’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일컫는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경북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직후부터 보좌해오고 있습니다. 문건 파동이 난 뒤에도 이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변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세 비서관에 대해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묵묵히 고생하면서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했고 이번에 대대적으로 확인했지만 비리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고리 3인방’들은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당시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 역할을 하던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와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최순실씨 파문으로 측근들이 또 의혹의 대상에 올랐다. 정 비서관은 최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비서관의 이메일로 최씨에게 문건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사면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부속실장은 대통령 바로 옆에서 일정을 챙기는 등 개인 비서실장 역할을 한다. 옛날로 치면 집사장이다. 대통령 일정을 챙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누가 대통령을 만나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장관과 수석들도 필요시 대통령을 만나기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어 부속실장에게 ‘부탁’해야 한다. 그 스케줄과 함께 대통령의 외부의 모든 행사 일정도 챙긴다. 외부 행사에 대통령을 ‘모시려’는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대통령이 오게 되면 그 행사의 중요성과 주목도가 확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일정을 최종적으로 부속실장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심기까지 살펴봐야 한다. 대통령 면담 스케줄에 외부 행사 일정까지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부속실장의 힘은 굉장히 세다. 힘이 있다보니 유혹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자기 제어를 제대로 못한 몇몇 역대 부속실장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정감사 당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의혹을 강력하게 부정했다. 이 실장은 지난 27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선 “(정 비서관은)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정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최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을 둘러싼 의혹의 진실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임기말 자신이 어떤 말로를 걸을지는 현재로선 정 비서관만이 알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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