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의 숨겨진 창의적 자산 발굴…브릿지사업이 '마중물' 역할해야"
펄펄 끓는 물 속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뛰쳐나온다. 그러나 찬물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변하는 온도에 안주한 개구리는 뜨거워지는 것도 모르고 끓는 물 속에서 천천히 죽어간다. 영국의 생태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삶은 개구리’ 실험이다. 경영의 달인이자 기업 혁신의 대가인 잭 웰치는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조직을 ‘삶은 개구리’에 비유해 경고한 바 있다.

국내 대학에서도 ‘삶은 개구리 증후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상당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세계적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 중심의 경쟁전략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혁신과 창의성에 기반한 대학의 연구성과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대학 기술이전율은 약 38%이지만 우리나라는 4.1%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대학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대학의 우수한 자산을 사업화시키는 가교 역할을 자임한 ‘브릿지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대학의 기술과 아이디어, 연구성과가 ‘실용화’라는 날개를 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 20일부터 3일간 진행된 ‘브릿지 페스티벌’은 이 사업의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20개 사업단(52개 대학)으로 구성된 대학들은 지난 1년여간의 브릿지사업 성과를 정리하고, 2차연도 사업을 위한 각자의 사업화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했다. 실용화 경진대회와 투자유치 설명회를 통해 대학이 이제는 창업 이후 투자까지 지원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대학의 창의적 자산이 사업화로 이어지려면 대학은 물론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 자산을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과 전문인력이 대학에 있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은 대학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산·학·연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때 대학 기술 사업화의 한국형 성공모델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브릿지사업이 반환기에 접어드는 지금부터 그동안 브릿지사업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는 아직 숨겨진 창의적 자산이 많다. 연구와 개발 단계를 넘어 그 결과물을 시장의 필요에 맞게 사업화시키는 데 대학의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브릿지사업이 대학 자산의 사업화에 마중물이 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 창조경제를 실현할 구심축이 되길 기대한다.

최문근 < 연세대학교 브릿지사업단 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