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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한 발 늦은 '디지털 유럽'…"온라인으로 뭉쳐야 산다"

입력 2016-10-27 17:34:31 | 수정 2016-10-27 23:53:44 | 지면정보 2016-10-28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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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유럽의 미래
연세-SERI EU센터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304쪽 / 1만5000원

유럽연합, 저성장 타개책으로 ICT 기반 디지털 경제 주목
구글·페북 독과점 규제하면서 2020년까지 온라인 장벽 제거
EU의 디지털 성장전략을 담은 ‘디지털 아젠다’ 부문 집행위원을 지낸 닐리 크로스가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스타트업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가상현실(VR) 고글을 써 보고 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EU의 디지털 성장전략을 담은 ‘디지털 아젠다’ 부문 집행위원을 지낸 닐리 크로스가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스타트업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가상현실(VR) 고글을 써 보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성장전략으로 1~3차 산업혁명의 옛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구조적·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글로벌 경쟁에 밀려 디지털 이류국으로 전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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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경제위기가 8년째 지속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 경제는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잇달아 겪으면서 저성장과 고실업이란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리아 사태에서 촉발된 난민 위기는 EU에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협정의 잠정 중단으로 EU가 자칫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U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력과 노동시간 감소 문제를 극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4년 11월 취임한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중장기 성장전략인 ‘유럽 2020’의 주요 프로젝트인 ‘디지털 아젠다’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조직 강화에 나섰다. 핵심 과제는 2020년까지 EU 28개국의 온라인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유럽 디지털 단일시장 완성과 디지털 경제 확산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를 확충하는 고속 브로드밴드 구축이다.

《2020 유럽의 미래》는 EU 경제 위기의 본질과 정책적 대응을 분석하고, 디지털 경제 실현을 위해 EU가 추진하고 있는 아젠다의 주요 내용과 규제 조치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책은 2009년 연세대와 삼성경제연구소가 함께 설립해 올초까지 활동한 연세-SERI EU센터의 활동과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쓰였다. 집필은 김득갑, 박성배, 이대식, 이선휘, 김경훈 씨 등 삼성경제연구소 전·현직 연구원들이 맡았다.

저자들에 따르면 EU는 미국에 빼앗긴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글로벌 기업 규제를 통해 일자리와 시장을 지키는 방어전략과 ICT산업 육성을 통해 취약한 디지털 경쟁력을 제고하는 성장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시장통합 과정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사회적 균형을 도모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전통적 색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왔다. 따라서 유럽의 기업규율문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엄격하다. 미미한 기술 격차가 엄청난 시장점유율 차이를 초래하고 승자독식의 원리가 적용되는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사회형평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EU가 꺼낸 카드가 글로벌 기업 규제 강화다.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 유럽의 인터넷 플랫폼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ICT 기업들이 주된 규제 대상이다. 규제 강화는 개인정보 보호, 조세, 경쟁 정책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가격 정책을 통한 불공정 및 정보독점 행위, 수직계열화를 통한 유통시장 잠식 등에 대해서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전략의 핵심은 역내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시장 확대를 위해 회원국 간 온라인 장벽을 제거하는 디지털 단일시장 구축이다. EU는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 관련 법제도를 단일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역내 온라인 분쟁해결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또 배송비용 절감 및 품질 개선, 콘텐츠의 불합리한 지역차단 해소 등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경 간 온라인 시장 진입 비용이 절감되면 중소기업들의 전자상거래 진출이 활발해지고 미국 못지않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EU는 디지털 단일시장 완성과 고속 브로드밴드 구축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매력적인 시장인 동시에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규제가 강화되는 이중성을 지닌 ‘두 얼굴의 시장’이다.

저자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과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EU의 담장 높은 규제를 돌파하고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디지털 단일 시장 출범에 대비한 유럽 거점 전략의 재검토 △융합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한 시장입지 강화 △현지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수를 통한 신사업 진출 도모 등이다.

저자들은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산업에서 규범을 확립하고자 하는 EU의 행보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사안”이라며 “유럽에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한국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로 무장한 ‘미래의 EU’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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