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숙량 코바스 대표가 26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3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최명배 한빛회(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회) 회장, 고 대표,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고숙량 코바스 대표가 26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3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최명배 한빛회(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회) 회장, 고 대표,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1999년 마스크팩 화장품 전문업체 코바스의 고숙량 대표는 임신 5개월의 몸으로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 해외 바이어에게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홍콩 전시회에 내놓은 제품은 당시로선 낯선 ‘시트형 코팩’이었다. 전용 시트를 코에 붙여 피지 등을 제거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해외 바이어들은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비주류였던 한국 중소기업이 내놓은 신개념 제품에 깜짝 놀랐다.

◆벽 높은 유럽시장 직접 뚫어

홍콩 전시회 상담은 첫 수출 계약으로 연결됐다. 8만달러(약 9000만원) 규모였다. 자신감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두 번째로 참가한 해외 전시회인 이탈리아 전시회에서 생겼다. 유럽 바이어들은 안전성과 품질 테스트 등 주요 성분에 대해 까다로운 인증을 요구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랴부랴 인증 기관을 수소문했다. 당시에는 생소한 일이었다.

고 대표는 바이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가며 국제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인증(ISO22716), 국제환경경영시스템인증(ISO 14001) 등을 받았다. 코바스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서만 적용하는 ‘유럽화장품 품질 인증(IFS-HPC)’을 포함해 국내외 품질·기술개발 인증 23개를 보유하고 있다. 고 대표는 “유럽 바이어는 화장품 제조기술, 안전성 보고서, 효능 입증 및 임상 데이터 등을 비롯해 회사 윤리경영 부분까지 모두 따진다”며 “이탈리아 전시회에서 만난 한 바이어와 계약 성사까지 수개월이 걸렸는데 이후 전체 수출 물량의 30% 이상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출은 1000만달러로 총 매출의 55% 수준이다. 수출 국가도 30여개로 늘어났다. 해외 바이어가 먼저 코바스를 찾아오는 일도 잦아졌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화장품 유통점 브랜드인 세포라가 코바스에 실무팀을 보냈다.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코바스의 생산설비와 품질관리 능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OEM·ODM 넘어 자체 브랜드로

코바스는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부직포나 필름에 크림 또는 겔 성분을 발라 유효성분이 피부 속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약물전달기술(TDS)을 적용한 기능성 화장품이다. 주요 고객사는 북미 지역과 유럽의 글로벌 유통업체다.

고 대표는 “코바스의 경쟁력은 팩 화장품 관련 경험과 기술력”이라며 “기존 팩 제품뿐만 아니라 기초기능(미백, 주름개선, 수분관리)과 특수기능(트러블, 슬리밍)의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 자체 브랜드 ‘세뚜아’ 판매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고 대표는 “러시아와 동유럽권 시장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 판매 비중을 조금씩 늘려갈 예정”이라며 “많은 형태의 화장품 중 강점 분야인 패치와 팩 형태 제품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