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이 27일 서울 대현동 학교 정문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여대 학생들이 27일 서울 대현동 학교 정문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동네 이장에게도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대통령 최측근에게서 일어나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네이버 아이디 ‘buya****’)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와 관련한 비선실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충격과 허탈, 분노의 댓글이 쏟아졌다. 네티즌은 “시대 퇴행적 사건”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믿을 수 없다’ ‘부끄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네이버 기사에 “정말 이게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 아닌가요. 정말 말도 안 되는…”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40년 가까이 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이토록 부끄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다음에선 “개탄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지금 봉건시대에 살고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진실 규명과 처벌을 요구하는 댓글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이건 사과 해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봅니다. 국가 체계와 공직기강 자체를 엉망으로 마비시킨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특검을 도입해 명명백백 위법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입학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의 총학생회는 이날 대학 정문에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를 성역없이 조사해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헌정질서 유린의 현 사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총학도 오후 시국선언을 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선배의 비참한 현실에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선배께서는 더는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했다. 한양대 총학은 27일 시국선언을 할 계획이다. 동국대와 고려대 총학도 공동 시국선언을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 권한이 큰 대통령제 사회의 국민은 대통령을 지지하든 안 하든 대통령의 국정 활동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지지층은 배신감을, 비지지층은 불신과 분노를 키우게 됐다”고 진단했다.

마지혜/황정환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