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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스피치라이터

입력 2016-10-26 17:32:46 | 수정 2016-10-27 03:46:05 | 지면정보 2016-10-27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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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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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은 그 자체가 역사다. 그런 만큼 연설문을 쓰는 스피치라이터(speech writer)가 있고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함께 만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미 의회 연설을 앞두고 참모들과 연설문 독회를 25번이나 했다고 한다.

국내에선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대통령 연설문을 책임진다. 예전에는 연설비서관이 연설문 초안을 부속실에 올리면 비서실장이 검토 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다시 수정 지시를 받는 형식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는 청와대 본관으로 사무실을 옮겨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게 됐다.

연설비서관이 써주는 대로 읽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빨간펜으로 꼼꼼하게 고쳤고, 노 전 대통령은 자기 말투에 맞지 않으면 새로 쓰라고 하거나 자신이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공보비서관을 지낸 권숙정 씨 회고에 따르면 1976년 북한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박 전 대통령이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고 연설했는데, 그 문장은 박 전 대통령이 점잖은 표현을 지우고 직접 넣은 것이었다고 한다.

링컨처럼 자신이 직접 연설문을 쓰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명연설 뒤에는 스피치라이터들이 있었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를 기초한 사람은 시어도어 소렌슨이었다. 소렌슨은 자신은 성경을 비롯 링컨, 제퍼슨, 처칠의 연설을 참조해 초안만 만들었다며 이 문장은 케네디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렌슨은 2010년 82세로 사망하기 직전에는 오바마 당시 미국 대선후보 연설팀에 합류해 오바마에게 케네디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1980년 대처 당시 영국 총리가 대처리즘에 대해 당내 반발이 일면서 정책의 ‘유턴’을 요구하자 “여인은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고 일갈했는데 그 뒤에는 극작가 출신의 스피치라이터 로널드 밀러가 있었다.

최근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를 맡고 있는 코디 키넌 백악관 연설담당 수석비서관은 35세 젊은이다. 근면하게 일하는 일반 시민의 얘기를 자주 연설에 넣는다. 특별히 그를 신뢰하는 이유를 묻자 오바마는 “미국의 이야기를 전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는 직급은 높아도 빛이 나지 않는 자리다. 그들의 보람과 꿈이 있다면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명연설을 남기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전문가들을 제치고 비선 측근이라는 아주머니가 연설문을 미리 받아 고치고 있었다니 누가 이해하겠나.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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