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금지법’이 지난달 시행된 가운데 인사동이 포함된 서울 종각 상권 상가 임대료가 지난  3분기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인사동 한정식집 밀집 지역.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부정청탁 금지법’이 지난달 시행된 가운데 인사동이 포함된 서울 종각 상권 상가 임대료가 지난 3분기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인사동 한정식집 밀집 지역.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공직자 등의 1인당 식사대접 상한선을 3만원으로 정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가운데 한정식집이 밀집한 서울 종각역·광화문 일대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법 시행 전후로 한정식집 수십 곳이 매물로 나온 인사동을 포함한 종각역 상권에선 급매물이 늘어난 여파로 지난 3분기(7~9월) 임대료 호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김영란법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 이번 분기부터 이 일대 상권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가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한 달, 빈 가게 늘어나는 서울 도심
종각역·인사동 월세 호가 14% 뚝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 종각역(지하철 1호선) 일대 상가 매물의 임대료 호가는 2분기보다 14.1% 급락한 3.3㎡당 15만3400원으로 나타났다. 광화문 일대 상가 임대료도 3.3㎡당 평균 12만4400원으로 전 분기보다 5.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평균 임대료 호가가 9.30% 오르고 인근 종로3가(3.0%)와 종로5가(0.7%) 상권 임대료가 상당폭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7~9월 부동산114에 상가 매물로 등록된 전국 47개 상권, 2만1212개 상가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업무용빌딩·상가 대상)에서도 종로 상권은 서울 도심 주요 상권 중 유일하게 공실률(3분기 7.9%)이 지난 2분기(7.0%)보다 높아졌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급하게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건물주들이 부르는 월세 호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이번 4분기부터는 호가뿐만 아니라 실제 거래가격에도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60년 된 한정식집도 문 닫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손님이 크게 줄어든 종각역·광화문 일대 고급 한정식집 일부는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60년간 영업을 해온 한정식 식당 ‘유정’이 대표적이다. 역대 대통령부터 거물급 정치인 등도 자주 찾던 한정식집이었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두 달여 앞둔 지난 7월 가게 문을 닫았다.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인근 고급 한정식 식당 ‘두마’도 8월 영업을 접고 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을 판매하는 대중음식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 준비를 하고 있다.

한정식 식당의 매출 감소 추세는 법인카드 결제 금액으로도 확인된다. 비씨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8, 29일 법인카드 이용 금액을 4주 전 같은 요일(8월31일, 9월1일)과 비교한 결과 같은 기간 한정식집 결제 금액이 17.9% 줄어들었다. 음식점 전체 법인카드 결제 금액 감소폭(8.9%)의 두 배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서도 한정식 전문점지수는 전체 외식산업지수(71.04)를 크게 밑도는 62.33을 기록해 한정식집 경영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인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인사동, 청운동, 수송동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정식집만 100여곳에 달한다”며 “최근 들어 한정식집을 팔아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서 매물만 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