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품질의 가치는 얼마일까
어린 시절부터 내게는 불가사의한 일이 하나 있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 가면 당시 가격으로 몇 천원만 주면 살 수 있는 옷이 많은데, 외국산 고급 브랜드의 옷은 사실 입어보면 별 차이가 없는데도 그 수십 배 가격인 몇 만원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남대문의 싼 옷들로 따뜻하게 지내면서 그다지 더 나을 것도 없는 옷을 수십 배 가격을 주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한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됐다. 옷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지닌 내 아내는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 내가 즐겨 입는 저렴한 옷과 자신이 입는 옷의 차이점을 설명해줬는데 같은 옷으로 보여도 사실 재봉기술이나 단추의 형태, 또는 디자인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도 깨닫게 됐다. 하지만 고급 옷의 재봉질 수준이 10점이라면 저렴한 옷의 재봉질 수준은 8점 정도이고, 고급 옷의 디자인이 10점이면 저렴한 옷의 디자인은 7점은 되므로 저렴한 옷의 가격이 고급 옷 가격의 70% 정도는 돼야 할 텐데, 실제로 10% 이하의 가격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품질의 가치는 얼마일까
마이클 크레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의문을 품었는데, 선진국의 제품과 품질 면에서 별로 차이가 없는 개발도상국 제품의 가격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한 것에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나온 연구 결과가 바로 오링 이론(O-ring theory)이다.

오링이라는 이름은 1986년 1월 발사 도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서 기원한다. 인류 최고의 기술이 집적된 우주선이 폭발한 이유가 바로 고무로 만든 링 형태의 오링이라는 간단한 제품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게 조사 결과 밝혀졌다. 불량 오링 때문에 새어나온 기름에 불이 붙은 것이다. 오링 이론의 결론은 품질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곱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고급 옷은 재봉, 디자인, 단추가 모두 10점씩의 품질이고 저렴한 옷은 이 셋이 모두 7점씩의 품질이라면 둘의 전체적인 품질은 30점 대 21점이 아니고 1000점 대 343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렴한 옷의 가격은 고급 옷의 70%가 아니고 34%인 것이 맞다. 난 아직도 옷의 품질에서는 오링이론에 확신이 없지만, 갤럭시노트7 사태를 보면서 스마트폰에는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