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희망자들이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한경DB
지난 16일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희망자들이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한경DB
지난달 24일 서울 경기고 KOTRA 신입사원 채용 시험장. 시험지를 받아본 김모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경제논술 문제가 테샛에서 자주 봐오던 문제와 똑같았던 것이다. 테샛에 꾸준히 도전해 1급을 딴 김씨는 덕분에 어렵지 않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시행하는 ‘국가공인1호 경제이해력 검증시험’ 테샛이 이번 가을 취업 시즌에서 ‘대박’을 냈다. 테샛에 나온 문제와 거의 똑같은 문제가 공기업, 대기업,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취업 시험 문제에 그대로 출제됐다.

무역투자진흥공사의 경제논술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설명하시오(30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시오(10점) △테이퍼링에 대해 설명하시오(10점) △미국은 최근 금리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유를 설명하시오(10점)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나라 자본이동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시오(40점) 등 다섯 가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양적완화와 테이퍼링,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유와 영향 등은 테샛에서 단골로 출제됐다. 테이퍼링,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과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은 2012년 이후 매회 나온 문제로, 지난 9월 시행된 36회 테샛에서도 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에 대한 추론 중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논술시험으로 낸 ‘최근의 저성장 경기침체가 구조적 요인인지 경기순환인지에 대한 의견과 정책적 함의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는 경기침체 원인을 묻는 테샛 30회 22번 문제 등과 비슷했다.

산업은행의 취업시험에도 테샛 문제가 대거 출제됐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이론(32회 테샛 37번 문제)과 핀테크 발전과 금융산업의 발전방향, ‘가계부채의 원인과 대응방안’(36회 76번, 33회 70번 등)은 테샛에서 여러 차례 출제된 문제다.

기업은행이 올 취업시험에 출제한 ‘블록체인이 은행에 미치는 영향’(36회 테샛 51번 문제), ‘좀비기업 구조조정’(31회와 35, 36회 테샛 상황판단 문제) 문제도 테샛에서 다뤄졌다.

지난 16일 시행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에선 핀테크, AI(인공지능) 등을 묻는 테샛형 문제가 대거 출제됐다.

이처럼 기업 취업시험과 테샛 문제가 비슷한 이유는 테샛이 단순한 경제, 경영, 금융 지식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국내외 최신 경제흐름에 바탕을 둔 종합사고력과 판단력을 측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단편적 지식보다 종합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요구와 테샛이 지향하는 출제 방향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입사에 성공한 양지용 씨는 “테샛은 경제 경영 금융 시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며 테샛에서 얻은 지식은 취업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강현철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