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짓고 있는 반도체공장 모습. 포스코삼성부동산 제공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짓고 있는 반도체공장 모습. 포스코삼성부동산 제공
‘3차원(3D) 낸드플래시로 낸드 시장에서도 D램과 같은 독주 체제를 굳히겠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경기 화성 17라인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평택 반도체공장에서도 3D 낸드를 생산하기로 한 이유다. 낸드 시장이 커지며 인텔, 중국까지 뛰어들자 돈과 기술로 밀어붙여 싹부터 잘라버리겠다는 얘기다.

반도체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낸드다.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급증해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며 서버에 들어가는 SSD 용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낸드 수요(용량 기준)가 D램보다 7배 많지만, 2025년엔 30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참여자가 늘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 4개사가 과점하던 시장에 지난 3분기 인텔이 진입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도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3D 낸드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이 돈을 벌게 되면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D램시장에서 30년간 지긋지긋한 치킨게임을 겪은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삼성은 2013년 8월 32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작년 4분기부터 48단 낸드를 생산 중이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은 아직 48단 양산을 시작하지 못했다.

삼성은 이들이 48단을 내놓는 올해 말 64단 제품으로 한 발 더 앞서갈 계획이다. 64단 제품을 팔아 돈을 벌면서, 현재 비싼 값을 받고 있는 48단 제품값을 대폭 떨어뜨리면 도시바 등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원가를 맞추는 수준에서 3D 낸드를 내놓으면 다른 회사는 모두 적자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