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29초영화제 시상식이 26일 국립춘천박물관 중앙홀에서 열렸다. 수상자들과 자리를 함께한 김경중 강원랜드 부사장(뒷줄 왼쪽 네 번째), 육동한 강원발전연구원장(다섯 번째),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여덟 번째),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이사(아홉 번째), 맹성규 강원도 경제부지사(열 번째)가 축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강원도 29초영화제 시상식이 26일 국립춘천박물관 중앙홀에서 열렸다. 수상자들과 자리를 함께한 김경중 강원랜드 부사장(뒷줄 왼쪽 네 번째), 육동한 강원발전연구원장(다섯 번째),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여덟 번째),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이사(아홉 번째), 맹성규 강원도 경제부지사(열 번째)가 축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오빠, 우리 어디 갈까? 홍콩? 오키나와?”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그럼 어디?”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강원도!” 여자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 표정은 곧 놀라움으로 바뀐다. 손짓하는 남자친구 뒤로 펼쳐진 푸른 바다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강릉 바닷가에서 모래 장난을 치고, 높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숲길을 거닌다. 평창 대관령의 드넓은 목장에 있는 새하얀 풍차를 향해 뛰어간다. 정선의 억새밭에서 바라본 석양은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여자는 말한다. “나, 강원도가 좋아.”

26일 강원 춘천시 국립춘천박물관 중앙홀에서 열린 강원도 29초영화제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Love Story in 강원’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강원도를 ‘선물한다’는 콘셉트와 강원도의 대자연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담아낸 영상미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원도 29초영화제 시상식] 강릉 바다·대관령 풍차·정선 억새밭…짜릿한 영상예술이 되다
강원도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강원도는 짜릿하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음식, 따뜻한 정(情)을 느꼈던 소중한 기억을 담은 작품 총 164편이 출품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우수작 16편에 총상금 2000만원이 주어졌다. 맹성규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시상식에서 “강원도는 동계올림픽의 고장이자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낭만을 느끼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며 “29초영화제 수상자들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부 대상은 백장우 감독의 ‘소소한 순간에서 느껴지는 소중한 감정들, 강원도’가 차지했다. 강원도에서의 일상을 포착해 소박하지만 정겹게 그려낸 점이 호평을 받았다. 남학생이 책을 들고 숲속을 산책하고, 시장을 둘러본다. 식당에 들어가 닭갈비를 주문한다. 닭갈비를 맛있게 먹는 모습과 함께 ‘강원도와 함께하는 기쁨/놀람/설렘/두근거림’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지나간다. 별이 총총 박힌 밤길을 걸어가는 모습과 함께 “소소한 순간에서 느껴지는 소중한 감정들, 강원도”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김정원 감독의 ‘짜릿했던 강원도 푸른 바다’에 돌아갔다. 한 직장인 여성이 “우와, 바다다!”라고 소리치며 시원한 바다에 뛰어든다. 튜브를 타고 물장구를 치는 그의 표정은 천국에 온 듯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어디선가 “누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바닷가는 욕실로 바뀌고, 여자는 바다가 아니라 욕조에서 물장구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한승민 감독의 ‘#강원도의 일상’이 차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루 일과를 중계하고, 해시태그를 이용해 상태를 설명하는 현대인의 문화를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남학생이 알람에 눈을 뜬다. #아침 #핵피곤. 남학생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산책을 한다. 따스한 햇살과 눈이 시원해지는 강원도의 푸른 자연이 그를 반긴다. #강원도 #아침바람 #산책 #천국. 이번에는 밭으로 가 감자를 캐기 시작한다. #강원도 #감자 #영양분 #꿀맛.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는 모습과 함께 #사람들 #정 #따뜻함 #사랑이라는 해시태그가 나온다.

일반부 우수상은 박소정 양준석 감독의 ‘김복남 할머니 삶의 전부가 깃든 강원도’와 장유진 설마루 감독의 ‘메밀꽃’이 차지했다. ‘김복남~’은 강원 삼척시 도계에 사는 김복남 할머니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메밀꽃’은 강원 봉평을 배경으로 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통해 ‘문학이 숨 쉬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설책을 읽고 있던 두 남녀가 한눈에 반하는 과정을 소설 속 대사를 인용해 풋풋하게 그려냈다.

수상작과 출품작은 강원도 홍보 영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장선영 한국경제TV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시상식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객석에 모인 수상자들은 하얀 수건을 들고 “강원도는 짜릿하다!” “이제는 평창이다!”를 함께 외쳤다. 아이돌 그룹 ‘소나무’가 축하 공연으로 열기를 더했다.

춘천=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