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주식 투자는 오해 받을까 꺼려…고위 간부도 예금 위주
“재테크요? 수사하면서 시간도 없지만 규정도 있고 주변 눈치도 봐야 하다 보니 사실상 돈 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내 집 마련의 꿈은 일찌감치 접었어요.”(3년차 평검사 A씨)

검사들에게도 돈 문제는 평생의 고민이다. 매달 25일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을 보며 보람과 안도감을 느끼는 월급쟁이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 대부분 검사는 재테크에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7월 기업 수사와 관련된 검사는 주식매매를 못하게 하면서 사실상 주식 투자의 길도 막혔다.

서울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2년차 검사는 “5년째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는 주식이며 부동산이며 할 수 있는 재테크를 다 하면서 자산을 불려가고 있는데 검사로서 그런 생각은 꿈도 못 꾼다”며 “로스쿨 다니면서 받은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갚고 월세 등을 빼고 나면 월급 받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결혼이 최고 재테크’는 옛말

10년 전만 해도 검사가 집안 사정이 넉넉한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잦았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결혼은 나랏일 맘 편히 하기 위한 비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서울 지방검찰청의 한 부부장검사는 “결혼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건 이제 옛날 얘기”라며 “결혼 자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다는 후배 검사도 많다”고 말했다.

변호사 개업도 녹록지 않다. 부장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관들이 그나마 수임에 수월한 것은 개업 후 1~2년일 뿐”이라며 “검사 출신이어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고 했다.

초임 검사는 우선 지방 근무부터 시작해 2년 단위로 지방 3~4곳을 다닌다. 지방검찰청에는 관사가 대체로 갖춰진 편이다. 운만 좋다면 초임 검사도 관사를 배정받을 수 있다. 관사를 얻으면 집을 따로 구할 필요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지방검찰청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연차가 낮더라도 관사를 배정받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사를 구하지 못하면 골치가 아프다. 검찰청 주변이 전세난을 겪고 있으면 월세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나마 지방은 집값이 서울보다 저렴하다. 서울에 발령나는 6~8년차 검사들이 문제다.

서울에 근무하는 7년차 평검사는 “5~6년차까지는 금리 좋은 저축 상품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방을 다녀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부동산 투자에 눈 돌릴 여윳돈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부장검사부터는 ‘목돈이 아쉬워’

부부장검사가 되면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결혼한 검사라면 자녀 교육비가 큰 걱정이다. 13년차인 한 부부장검사는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에 기러기 아빠인 부장검사가 신세 한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내 얘기였다”며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 생활비·교육비 등을 보내주고 나면 노후자금 마련 방법은 변호사 개업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선배가 다 산다’는 검찰 내 문화도 부담이다. 한 부장검사는 “야식은 카드로 긁을 수 있는 부서 운영비로 쓰더라도 근무가 늦게 끝나면 후배 검사나 수사관에게 택시비를 건네주곤 하는데 이건 ‘생돈’ 지출”이라며 “일을 열심히 할수록 돈을 더 쓰게 된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 때문에 부부장검사부터는 목돈 마련이 관건이다. 검사는 신용이 높은 전문직이기 때문에 은행권 대출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배우자가 부동산 재테크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지방 근무 때 얻는 부동산 정보도 쏠쏠하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방 어디 땅이 좋더라’는 얘기를 듣고 투자했다가 오히려 쪽박 차고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도 있다”며 “빚 갚으려고 옷 벗고 변호사 개업한 부장검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