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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항구적' 헌법 위한 개헌 논의를 하자

입력 2016-10-25 17:50:01 | 수정 2016-10-26 06:52:38 | 지면정보 2016-10-26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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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 핵심은 정체성 확립
이해 집단들의 개입 줄이려면
'작은 정부' 실현에 초점 모아야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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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에 개정된 것으로 당시의 시대정신인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많이 반영한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하에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바, 논의 시점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개헌 논의에서 중요한 사항은 무엇이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한민국이 국가를 보존하고 국민들이 풍요하고 평화롭게 잘살 수 있는 정체(政體)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헌 논의에서 정치인들의 주요 관심사는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할 것인가,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로 할 것인가 등의 좁은 의미의 권력구조다. 이는 물론 각 정당 또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나라의 정체는 보통 통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군주정, 귀족정, 법치적 민주정으로 나뉜다. 공화정은 귀족정과 민주정을 아우른다. 그리고 입헌 군주정이 타락하면 권력자가 제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참주정, 귀족정이 타락하면 소수의 부자와 귀족이 다스리는 과두정, 법치적 민주정이 타락하면 포퓰리즘적 인민정이 된다.

몽테스키외는 어느 하나의 정체에만 치우치면 그 나라는 결국 몰락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당시에 이상적인 정체를 영국의 형식적 입헌군주제와 국민이 입법권을 가지는 실질적 공화제의 결합에서 찾고 있다. 참주제의 가능성을 없애고 군주제와 공화제의 장점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권력의 배분을 말하는 삼권분립이란 요즈음 한국 정치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싸움보다는 국사를 위한 긴밀한 관계 유지임을 강조한다. 의회 구성에서도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하원이 조세에 관한 입법권을 갖고, 귀족들로 구성된 상원은 이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 방식이다. 상원이 조세 입법권을 갖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입법이 이뤄지는 것을 막고 양원 간의 협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여겨진다.

우리의 개헌 논의에서 군주정과 귀족정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 왕정으로 복귀하거나 새롭게 귀족정을 창안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법치적 민주정이 타락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보존은 물론 번영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개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법치적 민주정에서 주권은 국민들에게 있으므로 정치인들은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법이 바뀌는 사례도 다반사다. 아무리 국가의 대계와 미래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따라 이해관계가 좌우되는 일부 국민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여론화해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을 선거에서 도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의 딜레마이자 정치인들의 딜레마다. 따라서 법치적 민주정에서 적절한 견제와 긴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책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법치적 민주정이 타락해 포퓰리즘적 정책들이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금 한국의 민주정은 집권자들의 이해, 각 정당의 이해, 민간 집단들의 이해 등이 난마처럼 얽혀 국가의 존재 이유인 자기 보존마저 하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권력 집단 간의 조정과 긴밀한 관계 유지는커녕 전부 아니면 전무의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지 않은가.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해집단들이 국가에 기댈 수 있는 여지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국방과 치안,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복지 등에 자원 사용을 집중하고 나머지 영역은 민간에게 폭넓게 열어두는 것이다. 즉 개헌 논의는 ‘작은 정부’의 실현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라의 대계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개헌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한민국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항구성’을 가진 헌법을 위한 개헌 논의가 돼야 한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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