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할 '중장기 과제'…실적으로 주심(株心) 얻어야
안정된 지배구조는 기업 발전의 필수 요소다. 외부 공격을 받아 지배구조를 지키는 데 돈을 쓰면 실적과 재무에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지배구조는 불안 요소다. 핵심은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이다. 계열사를 포함해 18.5%(1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이후)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정치권의 금산분리 요구 및 순환출자 금지 등으로 영향력 감소가 우려된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마수를 드러낸 배경이다.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될 이재용 부회장의 또 다른 과제는 안정된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삼성전자 분할 '중장기 과제'…실적으로 주심(株心) 얻어야
삼성은 2013년 말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순환출자로 정치권의 공격을 받아 온 데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승계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삼성은 오너 일가와 계열사 등이 삼성전자 지분 18.5%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가진 7.43%에 대해 ‘보험 계약자의 돈을 그룹 지배력 확대에 쓰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이 지분 중 1.69%를 삼성물산이 사오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렇게 되면 4.26%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은 전자의 최대주주이면서 실질적 그룹 지주회사가 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난관에 처해 있다. 지난해 수조원대 적자를 낸 삼성물산이 지분 1.69%를 사올 돈이 없다. 이 때문에 현금 77조원을 가진 삼성전자를 분할해 그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합병 지주사가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전자 지분을 사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분할과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작년 삼성물산 합병 때 홍역을 치른 삼성은 이를 미뤄 왔고, 이달 초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을 제안해 오면서 재검토 중이다.

정치권 움직임도 걸림돌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7월 회사의 인적분할(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것) 때 나뉜 자사주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자사주를 통한 분할을 막는) 법의 통과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사 분할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적 지분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을 지배하려면 다른 주주의 지지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 펀드 등 다른 주주가 인정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실적을 내고 이를 배당 등으로 나눠 주는 한편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 부회장은 3년 전부터 지배구조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 중이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끊었고 주주환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배당을 늘리고 중간배당을 도입했다.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했다. 삼성생명 등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는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게 정관을 고쳤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지배권을 공고히 하려면 실적으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지배구조 혁신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