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요 국가 중 국제 유가 상승에 가장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유가가 10% 상승할 때 주요 24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국가로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지목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유가가 10%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향후 2년간 0.5%포인트 이상 둔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유가 상승 시 대표적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소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주 교역국인 중국과 일본의 경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한국 수출이 감소하는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에너지 분야의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알제리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했다. OPEC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석유장관회의에서 각 회원국의 생산쿼터를 논의한 뒤 전체 생산량을 하루 3300만배럴로 줄일 계획이다.

세계은행은 내년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5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평균 43달러에서 25% 이상 급등한 수치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불리는 ‘닥터 둠’ 마크 파버는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70달러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파버는 CNBC에 나와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선진국의 재정지출 증가가 원유 등 상품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