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던 식품업체들이 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돌다리를 두드려만 보고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경영 방식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인구 감소와 경기침체로 식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헬스케어에도 진출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디자인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바나나맛우유 용기 디자인과 상표권을 활용한 화장품을 다음달 출시한다. 조용국 빙그레 부장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우유, 빙과 외엔 과자 4~5종류가 전부일 정도로 사업군이 단순하다”며 “새로운 사업 진출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인수한 큐렉소 제품
한국야쿠르트가 인수한 큐렉소 제품
한국야쿠르트는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1년 의료용 로봇기업인 ‘큐렉소’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9일엔 노인요양전문 ‘분당 보바스 병원’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의료용 로봇과 노인요양병원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일편단심' 식품사의 변심…헬스케어·뷰티 진출
식품 사업을 뿌리로 두고 영역을 확대하는 기업도 많다. 매일유업은 김정완 회장 주도로 기업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까지 유제품 기업을 넘어 종합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대 관심사는 외식사업이다. 매일유업은 현재 폴바셋(커피전문점), 크리스탈제이드(중식당), 살바토레쿠오모(이탈리안식당)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과 손잡고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6월 농협경제지주와 합작사를 세워 식품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초코파이, 포카칩 같은 제과류만 제조하던 데서 벗어나 종합 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행보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영균 오리온 이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간편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산 원료를 사용해 기존 과자와는 다른 간편대용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찾다 발목 잡힐 수도

MPK가 판매하는 화장품 '키스미'
MPK가 판매하는 화장품 '키스미'
식품업체들의 사업 다각화가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미스터피자 등을 운영하는 MPK그룹은 지난해 9월 한강인터트레이드를 인수한 뒤 키스미, 캔메이크 등 일본산 화장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한강인터트레이드 매출은 인수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 MPK그룹 전체의 상반기 흑자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사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신사업에 진출했다 실패한 식품업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사조그룹에 매각된 동아원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주력 사업인 제분과 사료 외에 자동차 수입과 와인, 패션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한 식품담당 애널리스트는 “경험이 없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현금 유동성이 높지 않은 식품 업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장 돈이 되는 사업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