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자동차 파업 등 겹악재에도 3분기는 최악을 비켜갔다. 성장률 0.7%(전기 대비)는 직전인 2분기(0.8%)에서 크게 밀린 숫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선전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건설투자와 정부 소비가 오롯이 성장률을 떠받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제조업은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성장의 질이 더 나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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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 추경·건설 빼면 마이너스 성장…제조업은 7년반 만에 최악
◆0.6%포인트는 건설투자 몫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성장 기여도를 보면 경제의 민낯이 드러난다. 0.7% 성장률에서 0.6%포인트는 건설투자의 몫이다. 지난 2분기에도 성장 기여도(0.5%포인트)가 가장 높은 항목이 건설투자였다. 부동산 경기의 ‘나홀로 호황’에 갈수록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전분기 0.0%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건강보험 급여가 늘어난 데다 정부 추가경정예산 11조원 가운데 8조원이 지난달에 투입됐다”며 “(정부 정책이) 민간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와 정부 소비의 성장 기여도(0.8%)를 빼면 3분기는 마이너스 성장한 셈이다. GDP 비중이 가장 높은 민간소비와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진 메운 폭염 효과

3분기 민간소비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2분기에 종료되면서다. 수출 증가율도 2분기 1.1%에서 0.8%로 하락했다. 자동차 파업, 갤럭시노트7 리콜 여파로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이나 소비가 활력을 찾아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건설과 재정이 주도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가운데 건설투자를 계속 늘리면 주택가격 거품을 낳을 수 있다. 재정 여력 또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생산은 전기보다 1.0% 감소했다.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6%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오히려 성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갤럭시노트7 리콜, 현대차 파업의 영향이 컸다”며 “특히 전자기기, 휴대폰 업종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생산, 소비, 수출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전기·가스·수도 생산이 6.9% 급증해 빈 곳을 메웠다. 폭염으로 전력 판매량이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효과다.

◆정부·한은 여전히 낙관

3분기 성장률은 하반기와 내년 경기를 가늠할 지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3분기가 잘 나와봤자 0.5% 안팎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0.1%포인트가량 높게 나왔다”며 “하지만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이 여전히 부진해 질적으론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는 선전했다”며 “4분기 성장률이 -0.1% 이상이기만 하면 올해 전망치 2.7%를 달성한다”고 설명했다. 4분기가 0.3%를 넘기면 정부 목표인 2.8%도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놨다. 올해 성장률을 2% 초반으로 보는 민간 연구소들과 시각차가 크다.

4분기 이후가 더 걱정이란 데엔 한은과 민간이 다르지 않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분기 숫자가 좋게 나온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 덕분일 것”이라며 “갤럭시노트7 단종, 김영란법 등 악재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분기엔 성장률이 -0.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과 재정의 힘이 얼마나 갈지 불투명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변수는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