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 21일 서울 강남 SK텔레콤 직영점 앞에서 개통을 기다리는 소비자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아이폰7'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 21일 서울 강남 SK텔레콤 직영점 앞에서 개통을 기다리는 소비자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 박희진 기자 ] 선택약정(20% 요금할인) 가입자 증가로 고민에 빠진 이동통신업계가 큰손 고객 '아이폰7' 사용자들을 위한 단말기 보상 프로그램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가입자가 1년마다 자사에서 최신 아이폰으로 기기변경을 하도록 해 충성고객을 늘릴 뿐 아니라 고가요금제 유인 효과까지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이통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7 시리즈는 국내 출시 후 첫 주말인 지난 22~23일 약 20만대가 개통됐다. 특히 아이폰7 시리즈를 구매한 소비자의 80% 이상이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고 월 휴대전화 요금을 20% 할인 받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이폰7 시리즈처럼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단말기 지원금이 적게 실리는 탓에 소비자는 선택약정으로 구매하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러나 이통사 입장에서 선택약정은 통신사 수익성의 척도로 꼽히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말기 지원금을 제공하는 쪽이 낫다.

고민이 깊은 이통사에게 아이폰 전용 단말기 보상 프로그램의 순항은 반가운 소식이다. 고가요금제를 많이 쓰는 아이폰 이용자들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고가요금제를 쓰는 고객의 증가는 이통사 ARPU에 긍정적이다.

또 월 6만원~8만원대 이상의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에 한해 프로그램 이용료를 면제해 주기 때문에 고가요금제 가입자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통사는 매출 성장을 위해서 충성도 높은 고(高)ARPU 고객 확보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6만원 이상의 요금제에선 데이터가 무제한인 상황이라 데이터 혜택 외 단말기 보험 등을 추가적으로 제공해 높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백화점이나 카드사가 VVIP 고객 유치에 나선 것과 비슷한 현상이란 설명이다.

이통 3사는 아이폰7 출시를 맞아 기존 프리미엄폰 보상프로그램을 손봐 아이폰 전용 보상프로그램을 내놨다.

프로그램의 세부 혜택은 다르지만 아이폰7 구매 후 1년뒤 기기를 반납하고 새 아이폰으로 바꾸면 남은 할부금을 지원해준다는 점은 같다. 기존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선 18개월을 써야 제품 교환이 가능했지만, 아이폰 전용 프로그램에선 최소 사용 기간이 12개월로 줄어들었다. SK텔레콤은 여기에 분실 및 파손 보험 서비스도 추가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폰 이용자들은 1년마다 출시되는 아이폰 신제품을 바로 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반영했다"며 "아이폰의 단말기 구매가와 수리비가 비싼 점을 고려해 분실과 파손 시 보상 혜택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월 이용료는 SK텔레콤 'T아이폰클럽'의 경우 32기가바이트(GB) 모델 4900원, 128GB 모델 7900원, 256GB 1만6700원이다. KT '아이폰 체인지업'과 LG유플러스 '아이폰클럽'은 용량에 상관없이 모두 월 2300원이다. SK텔레콤은 8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KT와 LG유플러스는 6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쓸 경우 프로그램 월 이용료를 멤버십 포인트 등으로 면제해준다.

이통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7 이용자들은 대부분 월 6만원대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쓰고 있어 단말기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고객도 많다. 월 6만원대 미만의 요금제를 쓰더라도 이용료를 부담하면서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혜택을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것보다 월 이용료가 높은 요금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