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 한경 DB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스타 강사로 이름을 얻은 뒤 메가스터디를 창업해 국내 최대 사교육 업체로 키워낸 손주은 회장(사진)이 사재 300억원을 털어 청년창업을 돕는 공익재단을 설립한다. ‘살아있는 사교육 신화’로 통하는 손 회장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4일 메가스터디에 따르면 손 회장은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해 100억원을 내놨으며 나머지 200억원도 단계적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재단 설립 목적은 창의적 인재 발굴과 혁신적 창업 지원. 그간 손 회장이 수차례 공언했듯 “교육 사업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 세상 떠난 딸의 이름으로… "청년층에 빚 갚겠다"

손 회장은 “지난 2000년 자본금 3억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한 메가스터디가 16년만에 임직원 20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젊은 인재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창업해 메가스터디 같은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우리나라가 성장할 수 있다”고 재단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창의적 인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조적 마인드에 투자하겠다”면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회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창업, 공익을 위한 창업, 우수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투자받지 못한 창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재단 설립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전담인력을 채용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 이달 13일 이를 위한 등록 절차까지 마쳤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손 회장도 이사로 참여해 지속적으로 재단을 지원키로 했다.

/ 메가스터디 제공
/ 메가스터디 제공
재단명인 ‘윤민(潤民)’은 백성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로 25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손 회장 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손 회장은 “교육 사업을 통해 번 돈을 빚을 갚는 심정으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써보겠다. ‘윤민’이라는 이름을 걸고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 "공부 잘해도 성공 못해…사교육 용어 사라질 것"

사회 변화가 이같은 반전을 이끌어냈다. “이제 공부를 잘해 명문대를 나온다고 해서 금수저가 될 수 없다”고 짚은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선 공부를 통한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자신이 가르친 세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손 회장은 “젊은 세대의 창의적 능력과 아이디어가 돈이 없어 사장되지는 않도록 도와야겠다는 부채 의식이 있었다”면서 “남들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적 능력이 아니라 창의성이 미래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올 1월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에 참석해 “10년 후면 사교육이란 용어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고 대학 진학의 효용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교육이 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손 회장은 또 이달 18일 유튜브 방송 ‘안철수의 미래혁명’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와 대담하면서 재단 설립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미국은 학생들이 1년간 실제로 창업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재단이 초중등 대상 창업 경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선 학교에 무료로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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