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런던을 떠날지를 검토해온 대형 은행들이 탈(脫)런던 실행에 나설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행협회(BBA) 앤서니 브라운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일간 옵서버 기고에서 런던의 대형 은행들이 내년 초반에 영국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회장은 "대부분의 글로벌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계속하려면 어떤 활동들이 필요한지, 언제 실행해야 하는지, 최선의 이행 방법은 뭔지를 검토하는 팀들을 두고 있다"며 "그들의 손이 재배치 버튼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은행들은 내년 1분기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소형 은행들은 성탄절 이전에 재배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시점에선 국민과 정치권의 브렉시트 협상 논의가 은행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 있는 은행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이 이른바 '패스포팅 권한'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패스포팅 권한은 EU 단일시장 회원국 소속 은행이 영국에 주재하면서 단일시장 모든 회원국의 기업과 개인에게 자유롭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선 영국이 이민 억제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EU 정상들의 강경한 태도가 다시 확인되면서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는 "힘든 협상"을 뜻할 것이라며 영국이 EU를 떠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회장은 "영국과 유럽 간 금융 서비스에 장벽을 세우는 것은 양측 모두를 더 나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영국에 있는 둔 은행들이 현재 1조1000파운드를 대출해 유럽대륙의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또한 위험해질 수 있다고 EU에 경고했다.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 오브 런던'이 신뢰할 만한 포스트 브렉시트 관계를 확보하지 않으면 런던 금융가에서 최대 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브라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파리, 더블린 등이 영국에 있는 은행들을 자국에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는 통합된 유럽 금융시장을 둘로 쪼개기 위해, 일자리를 영국에서 내몰기 위해, 영국과 유럽대륙에 장벽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